제주 북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9
현택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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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도슨트,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09 『제주 북쪽』이다. 이 책에서는 제주시, 구좌읍, 애월읍, 조천읍, 한림읍 등 제주의 중심이자 관문인 제주 북쪽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두꺼운 책에 제주 동서남북을 가득 담은 것보다 이렇게 북쪽만을 부담 없는 크기로 담은 것도 인상적이다.

타지에서 제주에 들어갈 때나 나갈 때에 제주 북쪽을 통해야 하니, 처음 접하는 제주의 모습이 그 부근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제주 사람만 아는 오래된 풍경과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제주 북쪽』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현택훈.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제주의 말로 시를 쓴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유년을 보냈다. 우당도서관에서 시집을 읽으며 시인을 꿈꿨으며, 메가박스 제주점의 전신인 아카데미 극장에서 영사실 보조기사로 일했다. 4·3으로 사라진 곳이자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마을에 대한 시 「곤을동」으로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28장으로 구성된다. 4·3평화공원, 삼성혈, 용두암, 만장굴, 제주항, 산지등대, 동문시장, 한라생태숲, 교래자연휴양림, 거문오름과 먼물깍, 동자복, 제주성지, 칠성로, 보성시장, 김영수도서관, 월대천, 삼양동 선사유적지, 수상한 집, 곤을동, 진아영 할머니 삶터, 항파두리와 새별오름, 금산공원, 산천단과 1100고지, 관음사와 천왕사, 금오름과 벵듸못, 이덕구 산전, 한담해안산책로, 남방큰돌고래방류기념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나는 제주 남부로 이주해왔다. 하지만 제주 구석구석 여행을 다닌 것은 오히려 처음 이곳에 이주해올 무렵인 여행자인 때였고, 정착하고 나니 생각처럼 자주 다니지는 못했다. 언제든 갈 수 있는 새로운 곳을 남겨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돌아다니기보다는 한곳에서 오래 바라보는 시간을 더 보내게 되었고, 이래저래 요즘은 더 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통해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시엣아이'라고 한다. 시엣아이는 제주시 원도심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제주의 전통 문화를 잘 알지 못한 채 성장했지만 뒤늦게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하긴 제주에서 일평생을 보냈으니 마음만 먹으면 태어난 곳부터 시작해 자라온 환경까지 제주 역사 그 자체인 것일 테다.

저자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는 점은 이 책에 제주의 풍광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게 했다.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처 알지 못하던 부분까지 짚어보게 한다. 제주에 살면서 이런 책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그냥 소소한 일상 현실까지도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 제주 마을에는 듬돌이 놓여있었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 듬돌을 들어보는 것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요즘도 제주도에서 마을 축제가 열리면 듬돌 들기를 한다. 듬돌은 주로 사람 왕래가 잦은 마을 어귀에 놓았다. 장정들은 평소에도 힘겨루기를 했다. 큰 돌을 마을 입구에 놓고서 그 마을에 힘이 센 장사가 있으니 다른 마을 사람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을에서 듬돌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63쪽)



제주도에서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문화가 제사상에 빵을 올리는 문화였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짚어본다.

제주도에서는 제사상에 빵을 올리는 문화가 있다. 카스텔라와 같은 고급 빵을 제사상에 올리는 게 조상에 대한 정성이었다. 가까운 사촌에게는 고급 빵을, 조금 먼 친척이면 동이빵(찐빵)을 갖고 '식게 먹으러 가는 게' 관례였다(제주도에서는 친척 집에 제사 지내러 가는 걸 '식게 먹으러 간다'고 한다). (144쪽)



제주 음식으로 빙떡이 있다. 빙떡 레시피는 박순동의 노래 「빙떡」을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며 이 책에 적어두었다.

놈삐 좀질게 썰엉 솖앙 패마농이영 꿰고루 놩 섞엉 모멀가루 풀엉 얄롭게 지정 그 우터레 놩 몰민 빙떡이주게 (97쪽)

제주어는 정말 어렵다. 노래 가사로도 들은 듯한데 '이게 무슨 말인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재미삼아 해석해보시길. 그리고 제주에 가면 빙떡을 한번 맛보시길 바란다. 해석은 다음 사진 밑으로 내려두어야겠다.



[빙떡 레시피 제주어 해석]

무를 잘게 썰어서 삶고, 쪽파와 볶은 참깨를 함께 놓아 버무려서, 메밀가루를 물에 풀어서 얇게 지지고, 그 위에 넣어서 말아 놓으면 빙떡이 된다. (97쪽)



지금껏 어찌어찌 알게 된 이야기에 더해 잘 모르던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제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남들 잘 모르는 것까지 알게 된 듯 뿌듯해질 것이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지금까지 아홉 권이 출간되었다. 속초, 인천, 목포, 춘천, 신안, 통영, 군산, 제주 동쪽, 제주 북쪽까지 나와 있다. 한국 최초 지리별 인문지리서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지역 토박이의 감성과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여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지역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제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제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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