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권짜리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선택했고 그것도 길다고 생각했는데, 차례를 보니 무려 8권짜리다. 앞에 몇 장을 들췄을 뿐인데, 눈 호강하는 그림에다가 8권이라는 반전 등등 매력이 벌써부터 철철 넘친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는 장면부터 처음에 딱 나오니, 그 상황에 시선이 절로 간다.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다. 뻔히 보이는 보이스피싱 수법. 보통 보이스피싱의 수법은 거기서 거기, 전화받는 사람의 돈을 갈취해가는 거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걸려오는 보이스피싱은 좀 다르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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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걸려오는 보이스피싱은 미래를 판매한다. (7쪽)
그런 전화가 걸려온다면 어떨까. 그런데 주인공 강주혁에게 그런 전화가 걸려올 때의 상황이 보통이 아니다.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지금은 나락으로 떨어진 배우 강주혁은 통장에 남은 잔액 98만 원이 바닥나는 순간, 죽을 생각이다. 그에게 통장 잔액은 일종의 카운트다운인 셈. 어두침침한 방에서 3분 카레에 즉석밥을 먹으며 지내온 5년, 천 원 이천 원 돈을 쓸 때마다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고 퀴퀴한 반지하 월세방에 틀어박혀서 TV 시청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그에게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으니, 그것도 보통의 전화와는 다른 것이니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계속 읽어나갔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소설이다. 두근두근 긴장하면서 말이다. 강주혁의 선택이 과연 괜찮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지, 혹시 아닌 것인지,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등등 두근두근 생각이 많아진다. 때로는 소설을 읽을 때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으로 읽을 때가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의 소재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이번에도 주혁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쓴웃음이 아니었다. 보이스피싱을 받을 수 있는 주혁만이 지을 수 있는 여유의 웃음. 그리고 지금 주혁의 마음속에는 이름 모를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었다. (107쪽)
미래를 조금만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누구든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주혁에게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관여하는 것이 정말 흥미롭다. 소설 속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아니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는 상황이 정말 쫄깃쫄깃해서 그 장면을 막 기다리게 된다. 전화가 오고, 그중에 강주혁이 한 가지를 선택하며 벌어지는 일들, 그것은 나른한 시간을 확 깨워주는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