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이렇게 변했다. 지금도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기사에 쓰인 단어를 세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각 시대를 읽고, 눈길을 끄는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 쓰인 단어 빈도를 세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옛날 신문에 실린 수백 편 또는 수천 편의 기사를 꼼꼼히 읽고 정리하는 일이다. 혼자 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나누며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나온 책이다. (8쪽)
책장을 넘기고 보니 저자가 많아서 어떻게 된 일인가 살펴보니 하루아침에 출간된 책이 아닌 것이다. 1988년부터 30여 년 동안 나온 <한겨레>의 기사와 시사 주간지 <한겨레21>과 영화 주간지 <씨네21>의 기사 등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36가지 주제를 골라, 그 분야를 잘 아는 분이나 내용을 보기 좋게 구성하실 작가께 글을 맡기고, 그분들이 쓴 글을 모아 '시간의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한겨레>에 여러 달 연재했고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문화: '누런 봉투' 통닭이 '치느님'이 될 때까지', 2장 '정치: 그들이 꿈꾼 세상의 이름', 3장 '경제: 눈부신 성장에 가려진 것들', 4장 '사회: 시간은 진격하는 자의 편이다'로 나뉜다. 치킨, 코로나19, <한겨레>역대 칼럼니스트 1,2편, 강남 아파트, IMF, 아모레와 화장품 광고 등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부문에서 궁금할 법한 현대사 속의 장면을 들려준다.
독자 입장으로서는 종이신문을 안 보고 있으니 이렇게 책으로 엮인 것이 반갑다. 그리고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후루룩 훑어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도 한 달 전, 일 년 전,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가물가물하게 마련이니, 이 책에서 짚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이런 일이 있었지'하면서 인식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단편적인 한 가지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흐름을 굵직하게 짚어보며 곧 역사가 될 우리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이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인 '밥 한번 먹자'가 매우 위험한 발언이 된 셈이다. 이른바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나 표준)의 시대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시대적 변화는 우리 모두가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이기에 많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와 내 가족 외 모든 이가 '불가촉 타인'이 되는 세상에서 과연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메르스 사태에서는 이것이 성별에 따른 혐오로 두드러졌다면,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땐 확진자와 그 접촉자에 대한 거부는 물론이거니와, 대상도 국적, 성적 정체성, 세대, 지역, 종교 등에 따라 더욱더 다양하게 확산되었고, 그 혐오의 결과 골 역시도 더욱 날카롭고 깊어지고 있다.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