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현대사 - 우리의 오늘을 만든 작고도 거대한 36가지 장면들
김태권 외 지음, 팩트스토리 기획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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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질문을 한번 읽어보자. 책 뒤표지에 있는 질문이다.

OOO 없었으면 BTS도 없었다?

OOOO 잘못 관리하다간 죽을 수도 있다?

이건희가 휴대전화 15만 대를 불태운 이유는?

가문의 원수에게도 빌려준다는 OOO은 무엇일까?

브란트, 카터, 미테랑이 보호한 한국인은 누구일까? (책 뒤표지 중에서)

답이 궁금했다. 사소하지만 왠지 궁금한 질문들이라며 그 속에 현대사의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단순한 호기심에 더해 우리의 오늘을 만든 작고도 거대한 36가지 장면들이라고 하니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한국 사회는 이렇게 변했다. 지금도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기사에 쓰인 단어를 세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각 시대를 읽고, 눈길을 끄는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 쓰인 단어 빈도를 세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옛날 신문에 실린 수백 편 또는 수천 편의 기사를 꼼꼼히 읽고 정리하는 일이다. 혼자 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나누며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나온 책이다. (8쪽)

책장을 넘기고 보니 저자가 많아서 어떻게 된 일인가 살펴보니 하루아침에 출간된 책이 아닌 것이다. 1988년부터 30여 년 동안 나온 <한겨레>의 기사와 시사 주간지 <한겨레21>과 영화 주간지 <씨네21>의 기사 등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36가지 주제를 골라, 그 분야를 잘 아는 분이나 내용을 보기 좋게 구성하실 작가께 글을 맡기고, 그분들이 쓴 글을 모아 '시간의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한겨레>에 여러 달 연재했고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문화: '누런 봉투' 통닭이 '치느님'이 될 때까지', 2장 '정치: 그들이 꿈꾼 세상의 이름', 3장 '경제: 눈부신 성장에 가려진 것들', 4장 '사회: 시간은 진격하는 자의 편이다'로 나뉜다. 치킨, 코로나19, <한겨레>역대 칼럼니스트 1,2편, 강남 아파트, IMF, 아모레와 화장품 광고 등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부문에서 궁금할 법한 현대사 속의 장면을 들려준다.

독자 입장으로서는 종이신문을 안 보고 있으니 이렇게 책으로 엮인 것이 반갑다. 그리고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후루룩 훑어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도 한 달 전, 일 년 전,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가물가물하게 마련이니, 이 책에서 짚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이런 일이 있었지'하면서 인식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단편적인 한 가지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흐름을 굵직하게 짚어보며 곧 역사가 될 우리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이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인 '밥 한번 먹자'가 매우 위험한 발언이 된 셈이다. 이른바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나 표준)의 시대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시대적 변화는 우리 모두가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이기에 많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와 내 가족 외 모든 이가 '불가촉 타인'이 되는 세상에서 과연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메르스 사태에서는 이것이 성별에 따른 혐오로 두드러졌다면,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땐 확진자와 그 접촉자에 대한 거부는 물론이거니와, 대상도 국적, 성적 정체성, 세대, 지역, 종교 등에 따라 더욱더 다양하게 확산되었고, 그 혐오의 결과 골 역시도 더욱 날카롭고 깊어지고 있다. (42쪽)



한 가지만 정답을 공개해보자면, 'OOO이 없었다면 방탄소년단도 없었다'에서 OOO은 '이수만'이다. 이야기는 HOT, 서태지와 아이들, 케이팝 등으로 이어진다. '놀랍게도 이수만은 십수 년 뒤 케이팝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아시아를 거쳐 세계로 확장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했다(360쪽)'라는 이야기도 현재를 보고 과거를 돌아보니 흥미롭게 다가온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수만이 그린 케이팝의 장밋빛 미래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수만과 에스엠은 결국 성공을 한 것이다.

이수만. 그는 현재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강력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케이팝 산업의 정점에 서 있는 경영자이자 케이팝 제작 시스템의 기틀을 세운 프로듀서다. 현재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중 최선두에 위치한 방탄소년단(BTS)은 최근 세계 대중음악의 정상을 상징하는 빌보드차트 1위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바라보는 이수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과거 에스엠 오디션에서 떨어진 박진영을 통해 가요계로 입성한 방시혁이 키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었던 세계 시장 정상에 오른 것을 보고 이수만은 대견스러웠을까? 아니면 선수를 빼앗긴 기분이었을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수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비티에스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366쪽)



이 책에서는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를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네 장으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겠고, 목차를 읽어나가다가 궁금한 생각이 드는 부분을 찾아서 발췌독을 해도 좋겠다. 단편적으로 아는 이야기를 줄줄이 꿰어 들려주니, 우리들이 지나온 현대사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의미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온 그리 멀지 않은 과거와 현재, 그 시절의 풍경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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