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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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여행을 즐겼다. 요즘에야 책 속에서 여행을 하다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제목 같은 여행을 하지 못하는 거다. 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는 그런 여행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작가의 흔적을 밟거나 문학 속 장면을 찾는 등의 여행을 꿈꾸는 것은 지금은 언감생심. 그냥 평범한 일상을 되찾게 해달라고 기원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고, 언젠가는 여행을 꿈꿀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본다. 어쩌면 내가 직접 여행하는 것보다 더 알차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 책 『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동시영. 2003년 계간 다층으로 등단, 2011년 시와 시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2018년 한국불교문학상 대상 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내게 있어 문학과 여행은 나이면서 나를 바라보게 하는 어떤 대상이다. 그 두 개의 현으로 연주되는 일상은 하프의 선율로 흐르는 음악이요, 슬픔, 우울 같은 삶의 그늘마저 태양으로 빛나게 하는 그림이다.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영국,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러시아, 타히티, 모로코, 중국, 일본 등 9부에 걸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쩌면, 어릴 적 읽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낳은 하워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늘 가고 싶은 내 마음속 고향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마음속에선 나도 모르게 그때부터 여기로 일찌감치 출발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그 출발이 지금에 이르러 도착할 무렵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14쪽)

아, 그렇구나. 요즘 들어 어느 한 분야에 열정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난다. 건축물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돌아서 가거나, 이렇게 문학작품 속의 그곳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것은 나는 하지 못한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책을 통해 그들의 열정을 살짝 빌려서 바라본다. 덕분에 그곳들을 직접 찾아가 보는 듯 세세히 살펴보고 마음속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들의 시선을 빌려 간접 체험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고갱과 함께 『달과 6펜스』를 쓴, 서머싯 몸이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파리 주재 영국 대사관 고문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동안 독일에서 유학 후 런던 세인트 토마스 의과대학에 입학하나, 졸업 후 의사 대신 작가가 된다. 현실 속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작가가 된 것은, 6펜스의 세계를 떠나 '꿈의 세계', 달로 향해 삶의 길을 건너간 것이다.

1904년 파리에 갔던 서머싯 몸은 고갱 이야길 듣고 호기심을 가진다. 그리고 고갱이 살던 타히티를 여행한다. 그때 그는 고갱이 살던 오두막 문짝에 그린 그의 그림을 사서 돌아온다. 그 후 1921년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한 『달과 6펜스』를 발표했다. (142쪽)

저자는 십 대 시절에 『달과 6펜스』를 읽었고 서른이 되어 『더 서밍업』을 읽었으며 다시 수십 년 후, 책 대신 비행기를 타고 타히티를 읽고 있었다(143쪽)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시선으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의 켜켜이 쌓인 시간과 노력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전달받는 느낌이다.



어쩌면 당장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대도 이렇게 문학이라는 테마로 세세하게 여행을 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책을 통해 저자의 여행을 바라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해낸 듯 벅찬 느낌이 든다. 적어도 이 책을 펼쳐들면, 영국,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러시아, 타히티, 모로코, 중국, 일본 중 어느 한 곳 여행길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조금씩 아껴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거기에 더해 해당 문학작품도 찾아 읽고 싶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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