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
왕숙영 엮음 / 소명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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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옛시를 모은 시선집이라는 점에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단숨에 읽는 것이 아니라 소장해두고, 문득 꺼내들어 조금씩 음미하며 읽고 싶었다. 일본 하이쿠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가 꼭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니 적어도 사계절 중에 한 번은 이 책을 만나고 싶었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여기에는 하이쿠뿐만 아니라 한시, 와카, 가요, 하이쿠와 같은 일본 시가의 장르 구분과 관계없이 편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우리 시로 생각하면 한시와 향가와 고려가요와 시조를 함께 섞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장르별로 모은 것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 정도로 정리된 갖가지 일본 시여서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하이쿠만을 담은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번에는 이 책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를 읽으며 장르를 폭넓게 아우르며 일본 시를 접해본다.




이 책의 편역자는 왕숙영.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다.

이제 퇴임으로 제자들과 함께 시를 읽을 날을 기약할 수 없다. 하여 우리 학생들은 물론이요 일본 전통 시에 관심이 있는 분들 또한 스스로 시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여유롭게 음미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펴낸다. (3쪽, 서문 중에서)

편역자는 대체로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였고, 여기에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과 상황을 엮어 넣었다고 한다. 봄부터 시작하여 뒷부분으로 갈수록 겨울로 향해 간다. 대체로 짧은 시가여서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감상 긴 여운을 남긴다.

고바야시 잇사나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가 나오면 아는 이름이 나와 반가웠지만, 잘 모르는 시인과 작자미상의 시까지 폭넓게 아우를 수 있었다. 일본 전통시를 감상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혼자만 감상하기 아까우니 딱 다섯 편만 살짝 골라 올려본다.

오토모노 야카모치

새봄

새해 첫날 아침

오늘 내리는 눈처럼

쌓여라

좋은 일 기쁜 일……

(13쪽)

요사 부손

여름 소나기

풀잎 부여잡는

참새들

(114쪽)

마츠오 바쇼

울어울어

텅 비어버렸나

매미 허물

(121쪽)

무카이 치네

쉽게 빛나고

또 쉽게 사라지는

반딧불이여

(124쪽)

나카하라 난텐보

이 달이

갖고 싶으면 줄게

따 봐!

(179쪽)



부담 없이 '일본 시'라는 것으로 뭉뚱그려 감상해보아도 좋겠고, 부록에 보면 장르 및 작가별 목록을 따로 분류해놓았으니 학술적으로 접근해 읽어도 좋겠다. 짧은 시 속에 계절과 인간의 심경을 잘 그려 넣었다. 그냥 일본 시를 읽어보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해당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소장하고 꺼내들어 읽어볼 만한 일본 시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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