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 유해한 것들 속에서 나를 가꾸는 셀프가드닝 프로젝트
김은주 지음, 워리 라인스 그림 / 허밍버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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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쿵 와닿았다. 나는 그냥 내가 아니다. 식물 같다고 보아도 좋겠다. 햇볕도 물도 영양분도 충분히 주면서 소중하게 가꿔야 잘 자랄 수 있는 것이지, 저절로 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이 책은 유해한 것들 속에서 나를 가꾸는 셀프가드닝 프로젝트라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은주. 한국 최초로 프랑스에서 몽골까지, 유럽·아시아 12개국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1cm 시리즈>와 《기분을 만지다》를 펴냈다. <1cm 시리즈>는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스투키를 말려 죽인 경험도 있고, 선인장 가시처럼 마음이 메마른 날도 있지만 서툰 실수와 인생의 경험들로 진정한 가드너가 되는 법을 깨닫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Step 7로 구성된다. Step 1 '씨 뿌리기: 나는 어떤 씨앗인지 알아보고 내면의 싹 틔우기', Step 2 '적당한 물 주기: 인생이 버거울 때는 커다란 결정이 아닌 매일의 작은 실천을', Step 3 '시든 잎은 잘라내기: 미워하는 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나를 자유케 한다', Step 4 '나비와 벌, 별과 조우하기', Step 5 '눈물과 미세먼지 닦아내기: 몸과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고 더 윤기 나는 내가 된다', Step 6 '알맞은 계절을 기다리기: 혹독한 계절을 견뎌내면 반드시 다음의 순풍이 분다', Step 7 '드디어 꽃을 피우기: 누군가를 팔로잉 하지 않고 나 자신을 그로잉 할 수 있도록'으로 나뉜다.

창밖 미세먼지와 눈에 먼지 같은 사람,

피부를 해치는 스트레스와 야근,

나를 아는 혹은 잘 모르는 사람이 주는 뾰족한 상처 말,

예상치 못한 실수와 나 자신에 대한 실망,

일주일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드는

흐린 마음의 기후.

그럴 때일수록 지금 나를 들여다보고 돌보자.

물을 충분히 주고 햇볕을 쪼이자.

시든 잎은 잘라버리고, 마음의 새순을 기다리자.

인생의 대단한 결심 대신 작은 이것을 하자.

유해한 것들에 둘러싸인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더 나은 나를 가꾸는

셀프가드닝의 시작.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출처: 프롤로그 '셀프가드닝'의 시작' 전문)

어머나, 이 책 뭉클하다. 지금의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데, 예전에 특히 사람들의 말이 가시처럼 날아와 박혀 상처가 되었을 때 이 책이 내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발견하며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래, 앞으로 그런 일이 있다면 이렇게 하면 돼, 하고 나를 위로해 준다.

투명망토 사용법

수많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지는 간단하다.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사람이다.

내가 스스로 일어서거나,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거나,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때,

힘을 빼는 말과 행동으로 걱정하는 척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어깨를 축 처지게 한다면,

애써 내딛었던 발을 주춤하게 만든다면,

겨우 가다듬었던 목소리를 다시 떨리게 만든다면,

그저 마음의 옷장 속 투명망토를 꺼내 곱게 씌워주자.

다른 말로,

없는 셈 치자.

기억하자.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16쪽)


내 마음의 베란다에도

쉽게 키울 수 있지만 마음의 공기를 정화해주는

보스턴고사리, 아레카야자, 관음죽, 인도고무나무와 같은 식물을 들여보자.

보스턴고사리는 아마도 나쁜 기운을 비워내는 요가,

아레카야자는 촉촉하게 마음을 적셔주는 음악,

관음죽은 상쾌한 향만을 남겨주는 샤워,

고무나무는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마음의 미세먼지를 제거해주는 책,

혹은 내게 필요한 다른 모든 것들이 될 수 있다.

(44쪽)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의 베란다에도 식물을 들여놓고 정성껏 가꾸고 싶어진다. 나라는 인간이 그냥 방치해두어도 저절로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니,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가꾸고 보살펴주어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하게 될 듯하다.


지금 이 책이 적절한 때에 나에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답답한 생각에 어디로든 다니고 싶고, 남들은 다들 즐기며 사는데 나만 조심한다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때다. 뉴스를 트니 코로나 확진자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늘고 있으니 이 상황이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지 이제 답답하고 암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때에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기보다는 이럴 때야말로 나 자신을 키우고 가꾸기 더없이 좋은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내 안으로 시선을 옮겨보아야겠다. 상처받은 나를 보듬고 달래고 어루만져서 잘 키워나가야겠다. 그렇게 하는 데에 힘을 주는 책이다.


특히 중간중간 '셀프가드닝 프로젝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스스로 점검하며 작성해나가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버킷 리스트 말고 재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거였다. 나도 얼른 노트를 꺼내들어 작성해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지금 당장,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금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내가 시작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는 무엇일까? 왜 하고 싶은 일의 데드라인이 죽음이어야 하는가? 버킷 리스트 말고 재킷 리스트를 작성해보자. 재킷 리스트는 지금 꺼내 입지 않으면 입을 때를 놓치는 봄날의 재킷처럼, 더 늦기 전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의 엉뚱한 일, 누군가가 나에게 무리라고 말했던 일, 시간이 날 때 해보고 싶었지만 사실은 시간을 내야 했던 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일, 사소하고 작은 기쁨을 얻는 일, 크고 작은 성취감을 주는 일, 관계에 관한 일, 온전히 혼자 즐기는 일, 어떤 일이든 관계없다. 아래 리스트에 적힐 일들의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바로 지금일수록 좋다. (75쪽)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 데나 펼쳐들어 읽어나가다 보면 문득 마음을 쿵 울리며 뭉클하게 내 마음을 적셔주는 문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한다. 글의 힘은 이런 것이리라 생각된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다독이고 있지만 사실은 상처를 대충 덮어두고 애써 외면하며 억지로 힘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 자신에게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이 셀프가드닝을 도와 살짝 물을 뿌려주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 햇볕도 쬐고 시든 잎도 떼어주며 무럭무럭 자랄 마음만 먹으면 된다. 이 책이 당신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리라 생각된다. 위로와 힘을 주는 에세이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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