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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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명화 관련 서적을 읽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요즘처럼 미술관에 가기 힘든 때에는 특히 방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찾아서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이 그러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현존하는 비극을 읽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신고전주의 화가들이 그린 명화가 주류를 이룬다. (서막 중에서)

이 책은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시선을 끈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표지 그림이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왜 이렇게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전후 사정이 궁금해졌다. 궁금하다고? 그러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163쪽에 <그림 84>로 소개되니 말이다.

이 책에는 비극작품 20개, 명화 201점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재미로 풀어보는 모의고사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이 책 『명화의 실루엣』을 읽으며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흥미진진한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면 표지 그림에 대한 설명을 짤막하게 짚어보아야겠다.

<그림 84>는 앤서니 프레더릭 어거스트 샌디스(1829~1904)가 그린 헬레네의 모습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헬레네의 모습은 아니어서 낯선 감이 있다. 그러나 에우리피데스 극의 시선에서 생각해볼 때 공감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헤라 여신의 계획에 따라 이집트에서 낯선 남자의 청혼을 받기도 하고, 수많은 그리스의 젊은 남자들이 스카만드로스의 해안에서 목숨을 잃어버린 원흉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등 자기를 둘러싼 무수한 풍문에 기가 질린 헬레네의 모습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조금만 건드려도 곧바로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심통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지만, 충분히 미적인 그림이다. (163~164쪽)



이 책의 저자는 박연실. 2019년 한국연구재단 시간강사 학술연구 지원사업 『명화에 담긴 그리스 비극이야기』 선정, 2020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 『미학으로 명화 읽기』 선정 등의 이력이 있다. 이 저서는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책속에서)

신고전주의 회화에는 그리스 신화를 내용으로 한 명화는 많이 있고, 또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그리스 비극을 내용으로 한 명화는 국내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필자는 2018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출판문화진흥원이 주관하였던 '인문가 활동'이란 프로그램에서 그리스 비극과관련한 명화 감상 강의를 7개월간 진행한 바 있다. 그렇게 만났던 그리스 비극은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비극작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감동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고, 신고전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비극 원전을 바탕으로 유추하며 해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2019년 한국연구재단이 공모한 연구 사업에 『명화에 담긴 그리스 비극 이야기』가 선정되면서 강의록을 바탕으로 『명화의 실루엣』을 저술하기에 이르렀다. (서막 중에서)

이 책은 총 3극으로 구성된다. '서막'을 시작으로, 제1극 '그리스 3대 비극의 제1인자, 아이스퀼로스', 제2극 '일반 대중의 애호를 받은 극작가, 에우리피데스', 제3극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 소포클레스'로 이어진다. 부록 '재미로 풀어보는 모의고사'와 참고문헌 및 인터넷 자료, 미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으니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명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 듯했다. 아, 그 언제던가. 미술작품 관람에 일가견이 전혀 없던 나에게 도슨트는 작품의 매력을 짚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나는 그저 입장권만 끊고 들어가면 된다. 도슨트가 놓치지 말고 봐야할 작품들을 안내하며 친절히 설명해준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면 더 재미있는 그런 느낌을 이 책을 보며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그리스 비극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상관 없다. 명화 감상을 즐기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은 눈앞에 펼쳐지는 명화와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옛날이야기 듣 듯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그리스 비극을 명화 작품으로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더욱 새로운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작품을 그린 명작들을 모아놓은 책이니, 읽다보면 힘이 좀 빠질 수도 있다. 무섭기도 하고 말이다. 공포영화 눈 한쪽 감고 한쪽 눈 부릅뜨고 보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런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보면 더욱 생생하게 섬뜩한 느낌이 전해질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노랑 조명이 붉은 커튼을 통과하면서 주황빛의 붉은 색조로 물들여 곧 자행될 살육의 핏빛을 보는 듯하다. 살해를 감행하려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결연한 눈빛은 오히려 공포를 머금고 있다. (18쪽)

동서고금을 통틀어 싸움 안 하는 사람들은 없었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싸움이 없는 나라는 없었다. 왜 이렇게 잡아 죽이며 사는 걸까. 그게 사람의 일인 것인가. 생각이 많아진다. 이러한 비극이 담겨 있는 책이니 막 즐겁게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또한 사람의 일이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리스 비극 작품과 그 작품들을 시각화 한 미술작품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한꺼번에 후루룩 말고, 조금씩 감상하며 인간사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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