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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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의아했다. 수녀님과 닭이라니,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가 참말로 묘하다. 게다가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가 뒤표지에 이어지고 있으니!

아침에 닭장에 들어가서 손을 높이 들고 축복기도를 하였다. "좋으신 주님, 닭 형제들이 오늘도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내도록 돌보아 주시고, 달걀을 깨어 먹는 닭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고 알도 잘 낳고 하루를 무사하게 보내도록 주님 도와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뒤표지 중에서)

이 정도 이야기가 펼쳐지고 보니,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귀가 쫑긋해진다.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라는 점에서 본문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한바탕 미소를 지은 후 이 책 『닭장 일기』를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최명순 필립네리 수녀다. 소싯적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소설가도 되고 싶었고,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고, 여군도 되고 싶었고, 연기자도 되고 싶었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폐결핵을 반년이나 앓고 빌빌거리게 되었는데 하느님께서 강력한 힘으로 부르시는 게 느껴져서 그렇게 예수성심시녀회로 입회하게 되었다. (책날개 발췌)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의 모토를 사는 '진동 요셉의 집' 생태공동체의 작은 일상 안에서 수녀님은 몸소 묵묵히 '작음'을 실천하고 수행하여 오셨습니다. 그 틈틈이 매일의 단상들을 기록한 이 책은, 수도자와 그리스도교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담백함 속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미소, 아름다운 삶이란 거창하거나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리라 믿습니다. (추천의 글 중에서, 예수성심시녀외 총원장 곽지숙 마리인덕 수녀)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으로 나뉜다. 진동에 와서 닭장을 만나다, 병아리와 그 엄마, 너와 나의 소임, 길들이고 길들고, 주님 손안의 연장, 감사, 낭만과 살상, 당신께 가는 날, 성탄 한해의 마무리, 새해가 오다, 청소와 정리, 현대인들의 로망, 봄 준비, 설, 반성, 봄의 닭장과 병아리 전구, 우리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목에 아주 충실하다고 보면 된다. 닭장을 돌보는 일기이니 말이다. 2020년 2월 12일, 진동 '요셉의 집'으로 온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진동 대자연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리고 닭장을 돌보기로 한 이야기부터 본격적으로 일기에 적어나갔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시선 같다고 할까.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으로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물론 핵심은 닭장 일기. 병아리 키우면서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름도 지어주고, 지극정성을 다해 돌보아도 마음처럼 크지 않고 아쉬운 이별도 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병아리를 키우고 돌보며 일어나는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어내려갔다. 경험담과 함께 거기에서 오는 깨달음을 들려주니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어쩌면 수녀와 닭장이라는 조합이 이 글을 맛깔스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수녀가 키우는 닭이기에 더 특별한 소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덤덤하게 풀어놓는 글 속에서 삶의 지혜를 건져내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닭을 키우는 것이나 기도하는 것이나 살아가는 것이나 매한가지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본다. 재미있게 읽으며 사색에 잠기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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