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박준 지음, 김한나 그림 / 난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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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박준의 첫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이다. 이 책을 구입한 데에는 다소 충동적인 이유가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박준 시인과 그의 아버지가 동반 출연한 것을 보았고, 문득 예전에 읽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시집이 떠올랐고, 그 이후의 다른 책이 궁금해서 검색하던 중에 '시인 박준의 첫 시 그림책'이라는 설명에 덥석 이 책을 충동구매하고 만 것이다. 새벽은 책을 충동구매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고, 알라딘 굿즈는 나를 유혹하던 어느 봄날이었다. 그렇게 이 책을 받아들고 후딱 읽어버린 후에 한참을 다시 묵혀놓은 후 지금에야 다시 꺼내들어 감상에 젖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별로 마음에 들어오지 않던 이 말이 지금 나에게 훅 들어온다.

"안녕은 그리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띠지 중에서)

박준 시인의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을 읽으며 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휘감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글은 박준 시인.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썼고, 늘 개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림은 김한나. 화가. <일상생활의 승리> <미세한 기쁨의 격려> <먼지가 방귀 뀌는 소리> 등의 전시를 했다. 항상 토끼와 붙어다니고 있다. (책날개 발췌)



벽 앞에서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눈만 감을 때가 있어.

힘을 들일수록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고,

힘을 내도

힘이 나지 않는 날들이 있지. (책 속에서)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때가 있다. 잘 하려고 할수록 미궁에 빠지고 힘을 내려고 해도 힘이 나지도 않는 그런 때 말이다. 힘내라는 누군가의 격려조차 와닿지 않고 나를 더욱 짓누르는 듯한 그런 날 말이다.

줄에 묶여 힘없이 풀이죽어 지내고 있는 강아지에게 새 친구가 나타났다. '안녕'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들의 첫 만남, 안녕으로 시작된다. 단순히 '안녕'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하나씩 짚어본다. 강아지와 새를 통해 안녕의 다양한 의미를 함께 하나하나 느껴본다.



책 뒤의 '작가의 말'을 보니 이 이야기는 단비의 이야기다. 키우는 개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글을 쓰고 그림을 담아 이렇게 시 그림책이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단비의 이야기입니다. 단비는 아빠와 함께 사는 개입니다. 얼굴도 몸도 하얀 단비.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다니는 단비. 단비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단비가 있는 마당으로 종종 날아들던, 잿빛과 푸른빛의 깃털을 가진 새. 새는 자주 마당 한편에 있는 나무에 앉아 있었습니다. 단비가 곤한 낮잠을 잘 때면 흰 꼬리를 살짝 부리로 쪼는 장난도 쳤고요. 잠에서 깬 단비는 분하다는 듯 새를 보며 짖었습니다. 새는 단비의 밥을 먹고 단비의 물도 마셨습니다. 그럴 때면 단비는 쫑긋 세우던 귀를 내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그런데 새가 어느 날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비는 하루에 몇 번씩 새가 앉아 있던 나뭇가지 끝을 올려다보는 일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볼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는 듯이.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살아오면서 말하고 들었던 수많은 '안녕'들을 생각해 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 생각은 그렇게 확장되면서 갖가지 인연을 바라본다. 안녕이라는 끈으로 연결되는 수많은 그리움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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