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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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표지에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자를 떡 하니 내놓은 데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이랄까. '쓰는 사람, 이은정'은 정말 모든 걸 다 걸고 글만 쓰고 살 듯해서 그의 생활 기록을 엿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이라는 부제는 제목에서 주는 당당함 덕분에 눈길을 끌고, 다소 심플한 제목과 표지가 보여주는 목적이 확실하여 결국 '이 책을 읽어봐야지' 결심하게 만들었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하며 이 책 《쓰는 사람, 이은정》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은정.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2018년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저서로는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2020), 《눈물이 마르는 시간》(2019),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2020, 공저)가 있다. (책날개 발췌)

나는 쓰는 사람이다.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시나리오도 쓴다. 내게 번번이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한 것도, 가장 강렬한 기쁨과 행복을 준 것도 모두 문학이었다. 지금은 읽고 쓰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다. 그게 전부라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멋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무명하고 그래서 자주 우울하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이 아무리 고단해도 살아있는 동안은 세상을 읽고 사람을 쓰는 전업 작가로 살겠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당신과 온기를 나눈다는 것', 2장 '나의 오늘에 충실할 것', 3장 '나에게 말을 건 생각들', 4장 '슬픔을 딛고 다시 삶으로'로 나뉜다. 기적은 가까이에 있다, 타인의 인생에는 관대하지 못했다,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나만을 위한 비싼 김밥, 그래서 오늘은 아름답게 살았느냐, 완벽한 날은 없다, 겪은 만큼 보인다, 목마른 사람이 떠다 먹으면 됩니다, 언젠가는 나로 채워질 틈, 어느 세대의 수다, 그리운 것들은 참 멀리도 간다, 산타클로스가 필요한 나이, 끝까지 작가로 살겠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에세이를 읽을 때에 저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솔깃해서 읽게 된다. 이 책도 그랬다. 저자는 바닷가로 가고 싶어 바다가 인접한 지역의 매물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촌의 작은 마을에 있는 마음에 쏙 드는 아담한 주택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집에 매매로 들어갈 형편은 안 되었으니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기적은 가까이에 있다>라는 글을 읽으며, 이은정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고 알고 싶고 그다음 이야기가 더 들어보고 싶어져서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나는 에세이를 읽을 때, 읽으면서 내 기억도 떠올리며 '난 이런 일이 있었지'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좋다. <나만을 위한 비싼 김밥>에서 저자는 멸치 특유의 비린 맛이 싫어서 잘 먹지 않았는데 엄마는 김밥 속에 멸치를 넣어놓고는 시치미를 떼었다고 한다. 그런데 멸치를 거둬내지 않고 다 먹었더니, 엄마의 멸치 김밥은 점점 퓨전이 되어갔다는 것이다. 세상 엄마들은 아이들을 먹이려고 비슷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나보다.

나도 어린 시절, 엄마가 사골국물로 라면을 끓여주셨다던 일화가 있다. 음식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이들이 "라면 맛이 왜 이래?"라면서도 다 먹었다고 한다. 모험담처럼 들려주시는 엄마의 이야기에 그 장면이 상상된다. 키 잘 크라고 그랬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나는 키가 크고도 남은 건가 보다. 저자의 과거, 독자의 과거가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오버랩되며 풍성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저자의 이야기들은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은정이라는 사람만의 이야기를 담아 개성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튀거나 강렬한 것이 아니라 투박한 뚝배기에 담긴 담백한 음식이랄까. 그래서 은은하게 남는 그런 맛이 있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만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읽어나갔다.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한동안 맴돌 것만 같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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