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소 - 채식의 불편한 진실과 육식의 재발견
다이애나 로저스.롭 울프 지음, 황선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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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읽기를 망설인 데에는 표지에서 느껴진 공격적인 느낌에서였다. 채식주의를 강하게 비판할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표지다. 나는 사실 채식을 선호하긴 하지만 어느 한 편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극과 극에서 서로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결론도 나지 않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며 보기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나처럼 이 책에 대해 오해할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서문의 내용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이 책에 채식주의를 반대하는 내용이 실리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흔히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는 강한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심리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인 결정을 내린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양과 환경의 측면에서 더 질 좋은 고기를 옹호하는 주장을 완전하게 이해하면 더 섬세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15쪽, 서문 중에서)

이 책의 제목 '신성한 소'라는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특히 부당하게)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 관습, 제도를 의미한다고 이 책에 언급되어 있다. 한쪽 편에 서서 다른 한편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 지점을 짚어보는 의미로 이 책 《신성한 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의 공동 저서이다. 다이애나 로저스는 공인 영양사이며 임상 영양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요리를 다루는 팟캐스트'의 제작자이자 영화 <신성한 소: 더 질 좋은 고기를 먹어라>의 감독 겸 제작자다. 롭 울프는 전직 연구 생화학자로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에 두 번이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기 작가다. 인간의 건강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여러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이사회와 자문 위원회에서도 활동한다.(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서문 ''신성한 소'를 통해 자연으로 눈을 돌릴 시간'을 시작으로 1장 '고기 없는 월요일?'이 이어지며, 1부 '영양으로 보는 육식', 2부 '환경으로 보는 육식', 3부 '윤리로 보는 육식', 4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뉜다. 책을 마치며 '장엄하고 복잡한 자연 그 자체와 인간'으로 마무리된다.

이 부분에서부터 나는 '맞아, 맞아'하면서 읽어나갔다. 무엇 하나가 원인이 되는 건 아닌데, 유행처럼 흘러가는 무언가가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이든, 우리에게 해로운 무엇이든 말이다.

인간은 대단히 똑똑하지만 복잡한 세상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선호한다. 단순함에 대한 이런 욕구 때문에 연구원, 정치인, 대중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주범을 '한 가지'로 몰아가고 싶어 한다. 어느 날은 지방이, 또 다른 날은 탄수화물이 퇴행성 질환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더 최근에는 일부 의사와 연구원이 암부터 당뇨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적색육에 덮어씌웠다. 이번에는 지방과 고기가 악마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36쪽)

채식과 육식은 어느 한 쪽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예로부터 이어져온 식문화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바라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짚어주는 핵심적인 이야기가 나는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고기를 얼마나 먹는지, 우리에게 단백질이 얼마나 필요한지, 고기는 왜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었는지 하나씩 짚어주니 점점 설득력 있게 다가와 이 책을 집중하며 읽어나갔다.




채식주의자 중에는 식단을 처음에 채식으로 바꾸고 나서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고기를 안 먹어서 더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일 새롭게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이 정크 푸드를 덜 먹고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먹으면 영양 밀도의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식단을 먹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 비타민, 미네랄, 산화 방지제를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문제는 동물성 식품을 안 먹는 것이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149쪽)




뭐든 극단적으로 행하는 것보다 인류가 함께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소의 방귀가 정말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걸까?'라는 말에 대해 이 책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해나간다. 소가 메탄을 많이 배출한다는 주장이 과장됐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고, 잘 관리된 소가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의 일부라는 것도 언급한다. 소는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실하게 감축하고 싶다면 해결책은 우리의 식량 시스템에서 동물을 전부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가축을 더 나은 방식으로 관리하면 된다. 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를 관리하는 방식이 문제다. (216쪽)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전부 정답은 아니겠지만, 논거가 뒷받침되어서 수긍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동물을 먹기 위해 죽이는 행동이 잘못됐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식량 시스템에서 동물을 없애버리는 것의 영향을 환경과 영양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런 감정적인 주장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어나가며 공감하게 된다.




"로저스와 울프는 고기에 관한 시급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신성한 소》는 소가 문제가 아니라 소를 키우는 '방법'이 문제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망가진 식량 시스템의 해답은 고기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적색육이 지구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된다면 이 책은 여러분을 위한 것이다."

_마크 하이먼 박사, 클리브랜드 기능 의학 임상센터

단순히 취향 때문에 선택한 식단이 아니라 자신의 식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도덕적인 잡식성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이지만 고기를 다시 먹을까 고민 중인 독자들이나 적색육을 먹음으로써 수명이 단축될까 봐 걱정하는 독자,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한다고 하니, 해당되는 독자는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단순히 감정적인 것이 아니고, 주장에 대한 근거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이 문제는 극과 극에서 중간지점을 찾기 힘들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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