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 디지털과 AI가 가져올 소외 없는 세상
오드리 탕 지음, 안선주 옮김 / 프리렉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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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제목은 다소 평범한데 수식어가 눈에 들어온다.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천재 프로그래머 겸 사상 최연소 장관'이라는 것이다. 오드리 탕은 대만 행정원의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디지털 장관)이자 유명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보였으며 일찍이 학교를 떠나 대만과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했고, 프로그래밍 언어 'Perl 6(현Raku)' 개발에 공헌하여 명성을 얻었으며, 2016년 대만 사상 최연소인 35세의 나이로 정무위원에 임명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부회를 넘나들며 행정 및 정치의 디지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하니, 그가 말하는 '내일을 위한 디지털'이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 책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여덟 살 때 프로그래밍 독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에 걸쳐 디지털 세계에 관여해 온 제 관점에서,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또 사람은 기술을 어떻게 마주하고 활용해 나가면 되는지를 바라본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8쪽, 시작하며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신뢰를 디지털로 연결한 대만의 코로나19 대책'을 시작으로, 1장 'AI로 여는 새로운 세상: 디지털을 활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다', 2장 '공익의 실현을 목표로: 나를 만들어 온 것', 3장 '디지털 민주주의: 국가와 국민이 쌍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다', 4장 '소셜 이노베이션: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 개혁을 실현하다', 5장 '프로그래밍 사고: 디지털 시대에 도움이 되는 소양을 지니다'로 이어지며, 마치며 '디지털화 성공의 열쇠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쥐고 있다'로 마무리된다.

사실 이 책의 저자나 디지털에 대한 생소함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책 속의 내용은 우리의 시선을 끌고 함께 생각할 만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코로나19, 그 문제를 대만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니 저절로 시선집중이 된다. 특히 대만에는 사스의 경험이 있었기에 좀 더 체계적으로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펼쳐들면 그 이야기에 집중하며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의 여든일곱 살인 할머니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할머니는 아버지께 한번 마스크 구입법을 배운 후 그다음부터는 혼자서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다른 분들께도 조작법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게 된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칠 수도 있게 되는 그런 것이 사회의 이노베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즉 인간이 AI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수정을 거쳐 인간이 이용하기 쉽도록 개선되고, 사람들은 한번 배운 조작법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만일 고령자가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프로그램의 문제이거나 단말기의 편리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럴 때는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단말기를 개량하여 고령자가 평상시 습관의 연장선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법을 연구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고령자 맞춤 이노베이션을 실행하는 겁니다. (60쪽)

실제로 그는 개발자에게 개발의 방향성을 설정할 때,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사람을 찾아가서 의견을 들으라고 당부한다는 것이다. 실제 개발자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남성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해야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담 등을 잘 섞어서 설득력 있게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어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오드리 탕이라는 낯선 이의 개인 이야기에 대한 별다른 궁금증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궁금하고 더 듣고 싶고 알고 싶어진다.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야기에는 그의 삶에서 방향을 제시해 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행보에서 디지털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기도 한 레너드 코헨의 노랫말 한 구절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모든 것에는 갈라진 틈이 있다. 그리고 그곳으로 빛이 들어온다.' -<Anthem>

만일 당신이 무언가 부조리하다고 여기고 주목을 받지 못해 분노와 초조함을 느낀다면 그 감정을 건설적인 에너지로 바꿔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 보세요. '이러한 부조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사회를 향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234쪽, 저자의 말 중에서)

읽기 전, 읽는 동안, 읽은 후의 느낌이 제각각이었던 책이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가 말하는 디지털이어서 더욱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오드리 탕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의 말에 시선을 집중해보고, 공감하며 읽어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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