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여덟 살 때 프로그래밍 독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에 걸쳐 디지털 세계에 관여해 온 제 관점에서,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또 사람은 기술을 어떻게 마주하고 활용해 나가면 되는지를 바라본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8쪽, 시작하며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신뢰를 디지털로 연결한 대만의 코로나19 대책'을 시작으로, 1장 'AI로 여는 새로운 세상: 디지털을 활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다', 2장 '공익의 실현을 목표로: 나를 만들어 온 것', 3장 '디지털 민주주의: 국가와 국민이 쌍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다', 4장 '소셜 이노베이션: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 개혁을 실현하다', 5장 '프로그래밍 사고: 디지털 시대에 도움이 되는 소양을 지니다'로 이어지며, 마치며 '디지털화 성공의 열쇠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쥐고 있다'로 마무리된다.
사실 이 책의 저자나 디지털에 대한 생소함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책 속의 내용은 우리의 시선을 끌고 함께 생각할 만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코로나19, 그 문제를 대만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니 저절로 시선집중이 된다. 특히 대만에는 사스의 경험이 있었기에 좀 더 체계적으로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펼쳐들면 그 이야기에 집중하며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의 여든일곱 살인 할머니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할머니는 아버지께 한번 마스크 구입법을 배운 후 그다음부터는 혼자서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다른 분들께도 조작법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게 된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칠 수도 있게 되는 그런 것이 사회의 이노베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즉 인간이 AI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수정을 거쳐 인간이 이용하기 쉽도록 개선되고, 사람들은 한번 배운 조작법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만일 고령자가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프로그램의 문제이거나 단말기의 편리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럴 때는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단말기를 개량하여 고령자가 평상시 습관의 연장선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법을 연구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고령자 맞춤 이노베이션을 실행하는 겁니다. (60쪽)
실제로 그는 개발자에게 개발의 방향성을 설정할 때,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사람을 찾아가서 의견을 들으라고 당부한다는 것이다. 실제 개발자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남성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해야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담 등을 잘 섞어서 설득력 있게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어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오드리 탕이라는 낯선 이의 개인 이야기에 대한 별다른 궁금증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궁금하고 더 듣고 싶고 알고 싶어진다.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야기에는 그의 삶에서 방향을 제시해 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행보에서 디지털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기도 한 레너드 코헨의 노랫말 한 구절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모든 것에는 갈라진 틈이 있다. 그리고 그곳으로 빛이 들어온다.' -<Anthem>
만일 당신이 무언가 부조리하다고 여기고 주목을 받지 못해 분노와 초조함을 느낀다면 그 감정을 건설적인 에너지로 바꿔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 보세요. '이러한 부조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사회를 향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234쪽, 저자의 말 중에서)
읽기 전, 읽는 동안, 읽은 후의 느낌이 제각각이었던 책이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가 말하는 디지털이어서 더욱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오드리 탕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의 말에 시선을 집중해보고, 공감하며 읽어나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