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한 돌 - 주얼리의 황금시대 아르누보, 벨에포크, 아르데코 그리고 현재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2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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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보석 이런 거 다 그게 그거인 거 같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 조금씩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보석 주얼리 문화사가 궁금해졌다. 특히 의미와 역사를 알고 보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리라 생각되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을 집어 들고 마음에 와닿은 것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한 마디 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 저자의 말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은 돌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을 어마어마한 의미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훌륭한 주얼리 컬렉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가 소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모두 잠시 맡아 보호할 뿐이다."

_엘리자베스 테일러

20세기 최고의 주얼리 컬렉터로 불린 그녀의 말처럼 보석은 잠시 가질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함께한 시간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게 하고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니, 보석은 마땅히 인류 역사의 소중한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늘 몸에 지니며 함께 호흡할 수 있으니 그 신비로운 매력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토록 매혹적인 보석의 세계로, 여러분을 다시 한번 초대한다.

-저자의 말

시작부터 보석을 알아간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보석에 대해 잘 모르기에 더욱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 이 책 『세계를 매혹하는 돌』을 읽어나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윤성원. 주얼리의 보석학적 정보, 역사,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다. 업계에서는 '보석 전도사', '주얼리 스토리텔러'라는 수식어로 통한다. (책속에서)

이 책 『세계를 매혹한 돌』을 통해 간절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보석의 등급도 가격도 호화로움도 아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문화사적인 의미와 창의의 가치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멋지고 정교한 글씨체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석 역시 빛나는 아름다움 속에 담고 있는 문화사적인 가치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유산이다. 이 책에서 그 가치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11쪽,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총 17장으로 구성된다. 1장 '복고풍 주얼리, 약식들의 전쟁', 2장 '혁명, 매춘, 귀부인을 넘나든 직선의 미학 '초커'', 3장 '아르누보를 강타한 '나쁜 여자' 신드롬', 4장 '벨에포트1: 막심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세기의 주얼리 대결', 5장 '벨에포크2: '도금 시대' 미국 상속녀들의 주얼리', 6장 '벨에포크3: 제1차 세계대전이 갈라놓은 주얼리의 역사', 7장 '아르데코1: 파리와 뉴욕, 두 도시 이야기', 8장 '아르데코 2: 예술과 산업의 밀월, 모더니즘에 축배를!', 9장 아르데코3: 위대한 개츠비와 재즈 시대', 10장 '아르데코4: 아르데코에 스며든 동방의 향기, 마하라자와 투탕카멘', 11장 '아르데코5: 주얼리 업계여, 대공황을 극복하라!', 12장 '코스튬 주얼리의 흥행사, 할리우드 여배우', 13장 ''레트로 시대'의 다이아몬드 딜레마', 14장 '전 세계를 세뇌시킨 한 줄의 카피,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5장 '주얼리의 '라 돌체 비타 시대'', 16장 ''디스코 시대'와 모던 주얼리', 17장 '21세기 현재, 주얼리의 지속 가능성을 꿈꾸며'로 나뉜다.



아뿔싸, 이 책은 나의 독서 세계에 있어서 블루오션 같은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 중 보석 같은 책은 많았지만 보석에 대한 책은 없었다. 주얼리에 대해 처음인가 보다. 게다가 첫 책을 제대로 만난 것 같다.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그 스토리에 몰입하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름이야 금방 잊어버릴지 모르겠지만 어떠어떠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보석이라면 한 번 더 시선이 가게 마련이다. 또한 주얼리에 이러한 역사가 있다니, 처음부터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사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비비안리의 보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폰스 무하가 디자인한 보석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그 부분을 먼저 찾아보았다. 혹시 이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부분은 이 시대의 특징이었으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코스튬 주얼리 브랜드로 '조제프 오브 할리우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라인스톤, 마르카사이트, 유리, 황동, 은, 니켈, 레진, 가죽 등을 사용하고 금도금을 입혀서 진짜 주얼리처럼 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영화 현장에서 조명에 반사되지 않는 특수한 매트 도금을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결국 조제프 오브 할리우드는 할리우드 영화와 함께 성장하며 많은 양의 코스튬 주얼리를 생산했다. 특히 19세기 중반의 주얼리를 재현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성공으로 1930년대 말까지 주문이 생산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번창했다. 그 결과 마를레네 디트리히, 베티 데이비스, 조앤 크로퍼드, 메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 등 1930년대에서 195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의 90퍼센트 이상이 조제프 오브 할리우드의 주얼리를 착용하고 영화에 등장했다. (282쪽)



'보석' 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안 되는 입장에서 이 책을 들춰보니 어마어마한 보석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보석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보석 전문가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며 나에게 들려주는 느낌이다. 과거도 과거이지만, 현재 일어나는 일들도 세상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과거에는 가격 대비 좋은 소재로 만든 아름다운 주얼리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품질과 더불어 제조 과정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원석의 공급망 관련 정보는 명백하게 공개되었는지의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고 구매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 몸에 착용하는 주얼리에 혹시 '피묻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것은 아닌지 알기 위해 추적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384쪽)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까지도 짚어보는 시간이다.

보석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상관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익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보석의 역사는 길고 깊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보석의 세상을 이 책의 저자는 혼자만 알기 아까웠으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풀어내는 보석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하게 되니 세계를 매혹한 돌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이 책을 들춰보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더 번쩍이는 빛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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