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어서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어떤 작가의 책이 한번 정말 마음에 들면 그다음에는 비록 내 마음에 별로 와닿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계속 찾아 읽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도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리고 특히 나에게 극과 극의 느낌을 준 작가다. 어떤 작품은 훅 치고 들어와서 마음에 흔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떤 작품은 별다른 공감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스쳐 지나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나의 마음은 편차가 있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이번 작품은 상하권으로 나뉜 전 2권의 작품이어서 또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 『집 떠난 뒤 맑음』은 어떤 느낌의 소설일지 궁금해서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고 있다. (책날개 발췌)



열네 살 레이나와 열일곱 이츠카는 여행을 떠난다. 메모 한 장 달랑 남겨놓고 말이다.

"이츠카짱이랑 여행을 떠납니다.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전화도 하고 편지도 쓸게요. 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러브 Love. 레이나." (상권 16쪽)

집 근처 말고는 혼자 나다니게 한 적도 없는 딸이 여행을 떠났다니 리오나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옮긴이의 표현에 의하면 이렇다. '자발적 아웃사이더인 17살의 이츠카와 천진하고 붙임성 좋은 14살의 레이나는 어느 날 미국을 '보기 위한' 여행길에 나섭니다'로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도 어렸을 때 어디든 내 맘대로 가지 못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레이나가 메모 한 장 남기고 이츠카와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 대리만족이랄까. 신나는 모험이 시작되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그 시절 그 마음으로, 그때는 하지 못했던 여행을 해보는 느낌으로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 즈음, 그들의 마음속까지 스며들어 소설 속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건 아마 에쿠니 가오리의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의 영향일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사소한 일상에서, 어찌 보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무미건조한 어느 시점의 일상을 엿가락처럼 길게 늘여서 소설 속에 녹여낸다. 어쩌면 몇 마디로 끝날 우리의 일상 속 사소함이 에쿠니 가오리를 거치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는 느낌이랄까. 이 소설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제 알았어. 레이나가 무서운 건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집 생각이 나 버리는 거야. 왜냐면, 어쩌다 생각이 나면 돌아가고 싶어지거든. 레이나는, 돌아가는 건 좋지만, 돌아가고 싶어지는 건 싫은 거야." (하권 358쪽)

이 소설은 이츠카와 레이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펼쳐진다. 아이들의 여행기를 담은 성장소설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제각각 마음까지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독자는 이들 중 누군가의 마음을 '내 마음이다' 생각하며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 시도하고 싶었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던 가출 비슷한 여행을 문득 떠올리기도 하고, 딸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걱정 혹은 응원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 마음들을 하나하나 드러내어 눈앞에 펼쳐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치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느새 아이들의 마음도, 어른들의 마음도, 공감하며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이 이들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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