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게 되었어도 상관없다. '대한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하란사를 말이다.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이제부터 새롭게 기억하는 것이다. 소설 속 장면으로 생생하게 되살리며 말이다. 이 책을 집어 든 시간만큼은 우리 앞에 생생히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까.
소설을 읽을 때에 등장인물의 매력에 따라 처음부터 몰입하게 될 때도 있고 워밍업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 소설은 전자다. 하란사라는 인물의 매력에 초반부터 바로 몰입하게 된다. 첫 장면에서 '화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하란사라는 인물의 매력을 보여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곧바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어나간다.
그녀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화영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욕쟁이 사감, 멋쟁이 신여성, 한국 최초의 여학사, 독립운동가, 영원한 친구…….
그녀를 영원한 친구라 여기게 된 것은 화영이 절박한 상황이었을 때 그녀가 힘이 되어준 사건 때문이었다. (34쪽)
이런 설명이 이어지니 다음 이야기가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단 펼쳐들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뒷장으로 넘어가는 그런 소설이다. 화통한 센 언니 느낌이다. 내가 화영이어도 든든하고 힘이 났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덕혜옹주』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떠오른다. '정말 이런 인물이 있었다고? 왜 나는 몰랐지?'라면서 작가의 말을 몇 번이고 읽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 씨가 쓴 『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라는 책을 우연히 보고서 하란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꽤 오래전에 말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란사 이야기를 하고 자료를 구걸하고 꿈에서도 그녀를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으고 거기에 상상력을 입혀 하란사의 일생을 써나갔고 그 완성본이 이 책인 것이다. 그 노력을 짐작하며 바라보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만큼 새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 몰입도가 뛰어나다. 이 또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발 빠른 작업자들이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작가의 말까지도 단숨에 읽으며 마음에 담아보았다. 그다음 작업까지도 기대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