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홍성민.최효종 지음 / 보름달데이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약간의 감성이 MSG처럼 뿌려져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다. 저자 소개부터 안갯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몽환적이고 낯설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이 책을 열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시간이 흐른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만이라도 좋다

우리는

누벨바그를 모방해 보기로 했다 (책 속에서)

여기에서 나는 '누벨바그'를 검색해보기로 했다. 같은 세상, 같은 언어를 쓰면서 살아가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누벨바그는 1950년대 후반 프랑스 영화계에 일어난 '새로운 물결'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설명을 읽어보면 알듯 말듯 하다. 그런 느낌은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든다.



이 책은 홍성민, 최효종 공동 저서이다.

홍성민

비누를 만들고 시로 씻었다

장식은 하나로 충분하다

/

최효종

내 비좁은 글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사랑이 되었을까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서로가 서로에게 태고의 신비로 가득했을 때

사랑은 미처 어눌했고

사랑이 무르익을 즈음이면

너는 지겨워졌다 말하지

주인은 고양이의 삶이었고

주인 잃은 고양이는 삶의 주인이 되었네

그러니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필요 없음으로 인해 머리맡에 존재할 수 있도록

너의 다락에는 유령이 살고 있지

버려지지 못하고 버려진

실체가 없는 태고의 오브제

너는 그것들이 지겨워졌다 말하지

(출처: 44쪽)

이 책에 담긴 글과 사진은 독특했다. 이들의 언어와 사진이 프리즘이 되어 다양하게 반사되어 나에게 온다. 첫 번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 다 느낌이 다르다. 이렇게 다가오면 명확하지 않아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린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지금, 내 마음에 들어온 그 언어가 맞는 거다. 그렇게 이 책을 읽어나간다.



알면서도 걸려 넘어졌던 돌부리였다. 베인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이 베이고 말았던 양날의 검이었다. 시간과 상처를 견디고 극복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 외면하고 덮어두는 것이 너의 방식이라면 아프지만 건드려 보는 건 나의 방식. (25쪽, Antiquing 중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도 그런 것일까. 사는 것도 그런 것일까. 시간과 상처를 견디고 극복하는 각자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어느 방식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에 담긴 글이 차근히 무언가 사색에 잠기도록 이끌어준다.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기존의 글과 다른 느낌으로, 그렇게 다가오는 글이다. 저자들이 들려주는 글은 이들만의 실험 같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나를 흔든다. 우리의 글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면, 누벨바그의 새로운 물결처럼 흘러가는 것도 수많은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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