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부제에서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이 책은 대영제국을 탄생시킨 해적왕 헨리 에브리 추적기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인류 모두의 적》을 읽어보게 되었다.

헨리 에브리는 17세기의 가장 악명 높은 '해적왕'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최초의 인물로, '인류 모두의 적'이라 불렸다. 그리고 그는 이 두 가지 별칭을 단 하나의 사건을 통해 한 번에 얻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건, 즉 에브리가 1659년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공격한 사건과 그 사건이 시공간을 초월해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생생하게 추적한다. 왜 일까? 해적 한 명과 그가 약탈한 보물선 이야기가 새삼 특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와 그 사건이 세계사를 바꾸는 변곡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스티븐 존슨.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 저술가.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800 CEO READ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이 책은 세상을 경악에 빠뜨린 한 불량한 해적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해적 행위는 고대 세계부터 존재한 일종의 직업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해적들은 이 책에서 다룬 사건이 있고 20년 남짓 지난 후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황금시대'를 수놓은 세대는 이 책에 묘사된 악명 높은 행위들과, 그 행위들에 대한 부풀려진 전설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해적들만큼 오늘날 유명하지는 않지만 검은 수염과 그의 동료들보다 세계사의 흐름에 훨씬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그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경계를 가늠해보려고 한다. (21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결정적 장면'을 시작으로, 1부 '원정', 2부' 선상반란', 3부 '약탈', 4부 '추적', 5부 '재판'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리베르탈리아'와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역사를 보는 눈' 등으로 마무리된다.

날씨는 화창했다. 무굴제국 보물선에 있는 12미터 높이의 주 돛대 위에 걸터앉은 망꾼에게도 시야의 한계인 수평선 바로 앞, 거의 16킬로미터 밖까지 보였다. 그러나 때는 늦여름이었고, 그곳은 인도양의 열대 바다였다. 습한 공기 때문에 작은 망원경의 렌즈에 낀 흐릿한 김이 시야를 방해했다. 따라서 영국 선박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에는 보물선과 이미 8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12쪽)

이 책은 1659년 9월 11일, 인도 수라트 서쪽 인도양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적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로서 이 책이 마음에 든 것은 세세한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도 생생하게 풀어주니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해준다. 전혀 모르고 있던 어느 순간의 세상사를 상세하게 들려주면서 눈앞에서 풀어내준다. 그것도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니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맞나 보다. 이 책이 역사서이면서 소설이나 영화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딱딱한 한 줄로 표현하고 끝날 것도 놓치지 않고 기름칠을 해준다.

이 데번셔 뱃사람의 탄생은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그가 어디에서 언제 태어났는지, 심지어 그의 실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도 우리가 실제로 모른다는 게 유일한 진실이다. 헨리 에브리의 뿌리 자체가 모호한 셈이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전설적인 인물의 출생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고쳐 써지게 마련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진 이야기에 이런저런 소문과 풍문이 더해지고, 교묘하게 수정되며 다층적으로 짜인다. 한동안 헨리 에브리는 만신전에 묻힌 여느 인물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영웅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살인자였다. 또 폭도였고,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었으며, 국가의 적이었고, 해적왕이었다.

그러고는 유령이 되었다. (33~34쪽)




독자로서 어떤 부분을 흥미롭게 듣게 되느냐는 이야기 전달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책이다. 해적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라는 부제에 이끌렸고, 아무것도 몰라도,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모르더라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옮긴이의 글에 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딱딱한 역사책은 결코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헨리 에브리와 그를 따르는 해적들이다. 그렇다고 아동 소설이나 영화 속의 해적처럼, 에브리의 해적단이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해적 사회가 흥미롭게도 분배에서는 지금의 사회보다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었지만, 그들은 철저히 일확천금을 꿈꾸고 달려든 범죄자들이었다. 그들은 순전히 돈만을 목적으로 다른 인간을 괴롭혔고, 노예를 사로잡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현금화하기 쉬운 재물로 취급했다. 게다가 그들은 종교적 순례자들을 강간하며 선상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이 때문에 존슨은 그들을 '가증스런 성범죄자'로도 규정했다. (357쪽,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해적들 나오는 영화나 만화에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오히려 민낯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역사서가 제격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스티븐 존슨의 필력이 생동감을 더해서 나를 끝까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실에 꿰어 이리저리 바느질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다.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펼쳐들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