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의 마지막 조언
하세가와 가즈오.이노쿠마 리쓰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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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치매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라니.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 하세가와 가즈오는 치매 의사로 50년, 치매 환자로 5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100에서 7을 빼 보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세계 최초의 표준치매진단검사를 만든 일본 치매 의료의 제일인자이다. 치매 진단 기준도 없고 이해도 부족했던 시절, 치매 환자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침대에 묶어 두는 것을 목격하고 평생을 치매 의료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이후 50년 넘게 치매 환자의 치료와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 왔는데, 이런 분도 치매에 걸리시다니 정말 예외는 없나 보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치매 연구에 매진하고 2017년 그의 나이 88세 때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 책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하세가와 치매척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라기에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의 정도가 심해 신경과나 뇌신경외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의사나 임상심리사에게 받아 보았을 겁니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이죠?", "100에서 7을 빼 보세요" 하는 검사 말입니다. 이 검사가 바로 '하세가와 치매척도'입니다. 치매인지 아닌지를 진단하는 기준으로서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지기능 검사이지요. 이것을 개발한 정신과의가 바로 접니다. (10쪽)

책 초반부터 쿵쿵 충격으로 강타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개발한 정신과의사이면서 2017년 10월, 만 88세 때에 치매에 걸렸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상태를 세상에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분, 지금 상태는 어떨까. 우리는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출간을 앞둔 지금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자각은 있지만 그렇다고 급격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노화된 자신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한 명 더 있는 것은 나름의 안전장치이다. '이 책을 쓰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큰일이기에 요미우리신문사의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위원과 협력해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15쪽)'라는 설명을 보면 수긍이 간다. 프롤로그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일본 최고의 치매 전문의, 치매에 걸리다', 2장 '우리는 죽음보다 먼저 치매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3장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4장 '최초의 표준 진단법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만들다', 5장 '치매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6장 '치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7장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습니다'로 나뉜다.



치매 당사자를 마주할 때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고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보아도 '나'라는 인간과 똑같이 살아오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 한 사람 외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존엄한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존엄한 존재입니다. 치매인 사람도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모두 존엄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84쪽)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역사와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건강하든 아프든 치매에 걸렸든 사람은 모두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85쪽)



전문가 입장에서 쓴 치매 관련 책은 많다. 또 치매 환자의 체험을 담은 책도 있다.

하지만 치매 전문 의사가 직접 그 병을 앓으면서 쓴 책은 흔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은 든든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_이동영 서울대학교병원 치매클리닉 책임교수

치매 전문의이자 치매 환자인 하세가와 가즈오는 현재 92세, '아직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노화가 치매가 함께 오니 실수도 하고 의도치 않은 말을 하며 나중에 '아차!'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고 계신다. '살아 있는 '지금'을 즐기세요'라는 말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치매 전문 의사이자 치매 환자인 저자가 들려주기에 이 책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설득력이 있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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