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시작하기 전에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하세가와 치매척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라기에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의 정도가 심해 신경과나 뇌신경외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의사나 임상심리사에게 받아 보았을 겁니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이죠?", "100에서 7을 빼 보세요" 하는 검사 말입니다. 이 검사가 바로 '하세가와 치매척도'입니다. 치매인지 아닌지를 진단하는 기준으로서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지기능 검사이지요. 이것을 개발한 정신과의가 바로 접니다. (10쪽)
책 초반부터 쿵쿵 충격으로 강타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개발한 정신과의사이면서 2017년 10월, 만 88세 때에 치매에 걸렸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상태를 세상에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분, 지금 상태는 어떨까. 우리는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출간을 앞둔 지금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자각은 있지만 그렇다고 급격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노화된 자신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한 명 더 있는 것은 나름의 안전장치이다. '이 책을 쓰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큰일이기에 요미우리신문사의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위원과 협력해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15쪽)'라는 설명을 보면 수긍이 간다. 프롤로그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일본 최고의 치매 전문의, 치매에 걸리다', 2장 '우리는 죽음보다 먼저 치매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3장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4장 '최초의 표준 진단법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만들다', 5장 '치매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6장 '치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7장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습니다'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