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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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삶이 복잡하고 정신없다고 생각될 때, 내 마음이 무언가에 마구 흔들리며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그럴 때에는 보다 근원적인 통찰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지혜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옥스퍼드 생물학 대석학이 한국 사찰에서 찾은 고통과 두려움, 나와 삶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하는 『오래된 질문』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다큐멘터리 <Noble Asks>제작팀이다. 2021년 하반기 다큐멘터리 개봉 예정이다.

데니스 노블 교수는 한국 사찰 여행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는 우리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불교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데다가, 특히 원효대사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어서 자신의 저서에서도 언급했을 정도였다.

함께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고 숲길을 걷고 밥을 먹으면서, 과학자와 스님들은 서로 각자의 방식대로 묻고 답했다. 과학과 종교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질문, 인생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을 가슴속에 품고 평생 그 답을 찾으며 살아왔다. 서로 방식은 달랐으나 열망의 크기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함께 나눈 말과 말 사이에, 그들이 진리 탐구에 골몰해온 수많은 시간이 깃들어 있었다. (9쪽)

데니스 노블은 생명과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한국 사찰을 찾은 세계적 생물학자다. 이 책에는 그가 노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평생 연구하고 고민한 생명의 진리를 찾는 여정이 담겨 있다. 과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통섭과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이 책을 펴내며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과 프롤로그 '긴 여정을 시작하며'를 시작으로, 1부 '삶은 왜 괴로운가?', 2부 '나는 누구인가?', 3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4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이어진다. 에필로그 '오랜 의문에 답을 찾다'와 대담1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 대담2 '천년 고찰에서 나눈 대화'로 마무리된다.

오랫동안 생물학을 연구해오면서, 그리고 아내의 긴 투병 생활을 함께하면서 저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간직했던 질문들, 즉 우리의 생명과 삶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제 나름의 답을 찾아보겠노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들로 여행을 떠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동안 간절히 꿈꿔왔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싸게 되었죠. 제 과학적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불교를 좀 더 깊이 연구하고, 그 사상을 몸소 실천해오신 스님들을 직접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저는 이 여정을 통해 현대 과학과 불교 사이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유사성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생명의 진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합니다. (23쪽)



분명 깨달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환상적이고 신비하고 심오한 깨달음 같은 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참선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깨달음에 대해 뭔가 마술 같은 신비한 체험일 거라는 편견이 있어요. 그런 느낌이 없으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죠. 그러나 사실 깨달음은 일상과 동떨어지고 신비로운 어떤 것이 아닙니다. '몰랐던 걸 알았다', '잃었던 걸 찾았다', '가려졌던 것이 벗겨졌다', '어두웠던 것이 밝아졌다' 등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번갯불이 번쩍하는 순간 방안을 직접 본 상태와 유사하죠. 나의 참모습, 이 세상의 참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확신하는 경험적 지혜가 바로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 맞게 내 삶을 만들어가는 실천이 더욱 중요합니다. (49쪽, 도법 스님)

깨달음에 대한 의견이 인상적이다. 어릴 적 교회에 다니면서, 믿는다고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분명히 믿는다고 했는데 왜 자꾸 같은 말 또 해야 하냐고. 아무에게도 말 못 했던 의문사항이고 질문하려던 것을 꾹 참았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이 그렇다. 과연 이 정도의 느낌이 깨달음인가. 그러면 나 해탈하는 건가. 그런 의문 말이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을 스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접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해탈과 열반은 신비한 마법 같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에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본다.




옳거니 그르거니 도무지 상관없고

산도 물도 그대로 한가롭네

서방 극락세계 어디냐고 묻지 말게

흰 구름 걷히면 그곳이 청산이라네

임제 선사의 선시입니다. 우리는 주로 저 구름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에만 초점을 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선은 구름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구름 저편에 있는 청산에 관심이 있죠. 깨달음을 이룬 분들은 청산, 그러니까 우리의 본래 마음에 늘 초점을 둡니다. 욕심을 부리거나 화를 내거나 고집부리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184쪽)

글도 사진도 나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사해준다. 세상사 온갖 고뇌에서 오히려 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지금껏 나는 구름만 바라보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청산을 인식하는 시간을 보낸다.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을 방문한 데니스 노블은 성파, 도법, 정관, 금강, 네 분의 스님과 오래된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대화를 나눴다. 이 책은 그 모든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Noble Asks>에서 시작됐으며, 영상에 미처 다 담지 못한 노생물학자와 스님들의 깊고도 아름다운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한자리에서 단숨에 읽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좀 더 두고 음미하며 읽었다. 근원적인 내면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각도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말이다. 다큐멘터리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이렇게 책으로만 읽는 것 말고도 화면과 함께 보면 더 좋겠다. 다큐멘터리가 기다려진다. 삶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과학자와 스님이 들려주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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