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레나토 브루니.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의 식물학 교수로, 영양학 연구소에서 식물을 연구하며 약학생물학을 가르친다. 식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고, 2017년에 이탈리아 과학도서상을 받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부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글 '식물학자의 자연 결핍 증후군'을 시작으로, 열여섯 번의 산책으로 이어진다. 옮긴이의 말 '자연을 그리워하는 나와 당신에게 식물학자가 건네는 위로'로 마무리된다.
이런 거 좋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 말이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듯하여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꽃은 개점 시간이 저마다 다른 '임시 가게'다. 딱 한 번만 문을 열지만 일단 열었다 하면 며칠씩 영업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주기적으로 문을 여닫는 종도 있다. 아침 일찍 열었다가 해가 지면 퇴근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야간 근무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고, 24시간 영업하는 녀석, 불과 몇 시간만 문을 여는 녀석도 있다. 그래도 가게의 고객들은 고르고 고른 우수 단골들이어서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게 문을 열자면 쇼윈도와 블라인드는 기본이고 셔터를 걷어 올릴 모터도 준비해야 하며 제때제때 모터를 작동할 센서도 갖춰야 한다. 이렇게 개점 준비에 걸리는 시간은 식물마다 모두 다르다. 백합은 네 시간이면 봉오리를 열어젖히지만, 칼랑코에는 꽃송이가 훨씬 작은데도 다섯 시간이나 걸린다. 부지런한 달맞이꽃은 20분 동안 활짝 피어 있는데, 날쌘돌이 담쟁이의 꽃은 10분도 채 안 피고 문을 닫는다. (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