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소월에서 박준까지, 우울한 시인과 유쾌한 검사가 고른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
류근.진혜원 엮음 / 해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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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에 한 편씩 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 예전에는 시와 먼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가까워진 듯하다. 역시 무언가를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좋은 시들을 모아 엮은 책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일일이 각각의 시인의 시집을 찾아 꺼내 읽고 감상하면서 마음에 남는 시를 모아서 엮는 것 말고, 누군가가 그 노력을 한 결과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니 말이다.

우중충하게 비 오는 나날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맑은 날, 이 책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를 꺼내들고 바람 살랑살랑 부는 그늘에서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시를 천천히 곱씹으며 음미하는 시간을 보내며, 시가 있어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류근· 진혜원이 엮었다. 류근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대학 재학 중에 쓴 노랫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김광석에 의해 노래로 불리기도 했다. 진혜원은 현직 검사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2장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3장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4장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5장 '비로소 설움에 잠길 테요'로 나뉜다. "왜 서정시인가요?"- 시인과 검사의 대화와 작품 출처로 마무리된다.

서문

여기에 당신이 모르는 시는 없다.

다만 잊고 사는 시가 있을 뿐.

당신이 지금 외롭고 고단한 것은

시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시를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류근

(출처: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류근 서문)

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시 감상에 커다란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닌 나에게는 이렇게 시를 모아서 들려주는 책이 반갑다. 여전히 나에게 어떤 시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시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행간을 읽어야 할 텐데 그것을 못하는 느낌, 어떤 시는 '이걸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고?'라며 너무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도 드니 말이다.

요즘은 여러 매체로 시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야 많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집을 펼쳐들고 그 안에서 마음에 와닿는 시를 발견하는 것이 좋다. 오늘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며 마음에 드는 시 앞에서 한참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에는 다섯 장에 걸쳐 시 작품과 간단한 시인 소개로 서정시를 담았다. 엮은이들이 시 감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마지막에 "왜 서정시인가요?"라는 대화를 나눈 것을 수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시는 시대로, 글은 글대로 마음껏 걸림 없이 감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의 목적은 엮은이들이 선별해놓은 알짜배기 시들을 독자가 마음껏 감상하는 데에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이미 알고 있는 시들이 많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낯선 시들도 꽤 있다. 이 적당함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음악이든 시든 감상을 할 때, 전혀 낯선 것보다는 70~80% 정도는 이미 아는 것 중에서 재발견하고, 약간의 새로운 것을 음미할 때 감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가 어느 정도 완충작용을 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내 마음이라도 시와 함께 하는 순간, 말랑말랑 기름칠을 해보기로 한다. 그거면 한동안 버텨낼 힘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은 윤동주, 정지용, 조지훈, 김소월, 백석, 박재삼, 박목월, 이육사, 이상화, 김영랑 등 다들 알고 교과서에서도 보았던 시인들의 시를 비롯하여, 현대 시인의 시까지 알차게 선별되어 담겨 있는 책이니 시를 펼쳐읽으며 마음껏 감상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이다.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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