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시인인 미즈노 다케시 씨의 센류(일본 문학의 한 형식. 글자수를 5,7,5로 맞춘 정형시) 작품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결국 '열심히 해라'로 끝나는 상담
묘하지 않습니까? 직업 상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인생 상담이란 결국 이 시처럼 '열심히 해라'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제 연재 역시 '결국은 '좋을 대로 해라'로 끝나는 상담'이었습니다. (…)
"이거, 좋을 대로 하라는 말밖에 못하겠어요. 그러고 나서 상담 상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론을 늘어놓게 되던데요……"라고 이야기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 독자들은 그런 걸 좋아해요. 상담 답변보다 '좋을 대로 하라' 다음에 오는 여담 말이에요. 거기 담긴 구스노키 씨의 직업론이 반응이 좋아요. 지금처럼 좋을 대로 하시면 돼요." (10쪽)
우리는 보통 상담을 하며 정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리되지 않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의미로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의외로 여담에서 자신이 갈 길을 찾기도 한다. 어차피 결론은 자기 자신이 내야 하는 법. 그러니 '좋을 대로 하라' 다음에 오는 여담이 필요한 것이다.
연재를 담당하신 저분이 답변을 잘 하셨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보면 오히려 '이거 해라'라고 결정해 준다면 반감이 생길 것이다. 잘 알지 못하면서 결론을 내는 듯한 성급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좋을 대로 하라'라며 이야기를 진행하면, 그다음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나갈지 궁금한 법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중하며 읽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