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고, 그다음으로 '고양이'다. 『고양이』에 이어지는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롭고, 고양이의 등장이면 무조건이다. 더 이상의 판단이나 기대는 뒤로 미루고 그냥 이 소설 『문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참, 전작 『고양이』를 읽든 안 읽든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데에는 큰 상관이 없으니, '나 그거 안 읽었는데…….'라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된다. 거기에 대한 이질감은 전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1991년 120여 차례 개작을 거친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파피용』,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인간을 상대화하는 『고양이』,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천3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문명』 역시 프랑스에서 2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책날개 발췌)



고양이다. 고양이가 인간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다는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내가 안면을 튼 고양이가 있는데, 내가 말을 하면 알아듣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야옹" 하며 답변을 해준다. 조만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듯하다. 그런데 작가의 상상력은 그런 사소한 데에서 훨씬 뛰어넘어서 새로운 문명 정도는 건설해 준다는 것이다. 그 상상의 세계로 훅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 바로 훅 들어가지지는 않고 워밍업이 좀 필요했다는 것은 밝히고 이야기를 계속해나가야겠다.

지금까지 일어난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상세히 이야기하기 전에 나, 바스테트가 누구인지부터 알려 줄게. 겉모습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세 살짜리 암고양이야. 하얀 털과 검은 털이 적당히 섞인 일명 젖소 무늬 고양이. 콧잔등에는 하트 모양을 뒤집어 놓은 앙증맞은 점이 찍혀 있고 눈동자는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초록색이야. 외모는 짧게만 이야기하고 성격으로 넘어갈게. 어차피 그게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니까. 내가 누구인지 정의하려면 단점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어. 내 입에서 단점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놀랐겠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무결한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아. 음, 뭐부터 시작할까? (18쪽)

시작이 좀 낯설었다고 할까. 고양이가 야옹야옹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도도하고 앙칼진 느낌이어서 서먹서먹한 느낌이라도 해도 좋겠다. 여기서 고양이는 고양이,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바스테트와 같은 종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으로 뒤덮이면서 이 책에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는 소설 속에 교차로 진행되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는 재미이다. 여기서는 일명 『고양이 백과사전』이다. 웰즈 교수의 백과사전을 바탕으로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구술한 것이다. 또한 바스테트 엄마의 말 중에 마음에 새겨둘 만한 명언이 꽤나 있어서 그 부분도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쉬어가는 코너' 같은 느낌이지만 그 또한 알차서 전체적으로 무게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라면 하는 쪽을 택하렴. 했을 때 생기는 최악의 결과라 해봐야 그걸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거니까.> 적극적인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던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1권, 142쪽)



프랑스에서 2016년 『고양이』, 2019년 『문명』을 출간했을 때만 해도 페스트라는 소재는 SF 작가가 그릴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배경 중 하나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 1년 넘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소설이 근미래의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누구나 한 번쯤 가져 봤을지 모른다. 『문명』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비상해지는 이유다. (349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문명』 1,2권이 5월 30일에 초판 1쇄가 발행되었는데, 내가 읽은 책은 1권은 6월 10일 초판 10쇄 발행, 2권은 6월 10일 초판 20쇄 발행본이다. 어쩌면 이런 시기에 접하는 소설이어서 그런지 현실에서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생함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이 책을 펼쳐들어 읽는 시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초반에 약간의 의아함과 낯선 느낌을 잘 지나가면 소설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몰입해서 읽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인식하지 못하며 속도를 내어 읽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양이 3부작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다음 작품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