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다. 고양이가 인간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다는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내가 안면을 튼 고양이가 있는데, 내가 말을 하면 알아듣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야옹" 하며 답변을 해준다. 조만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듯하다. 그런데 작가의 상상력은 그런 사소한 데에서 훨씬 뛰어넘어서 새로운 문명 정도는 건설해 준다는 것이다. 그 상상의 세계로 훅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 바로 훅 들어가지지는 않고 워밍업이 좀 필요했다는 것은 밝히고 이야기를 계속해나가야겠다.
지금까지 일어난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상세히 이야기하기 전에 나, 바스테트가 누구인지부터 알려 줄게. 겉모습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세 살짜리 암고양이야. 하얀 털과 검은 털이 적당히 섞인 일명 젖소 무늬 고양이. 콧잔등에는 하트 모양을 뒤집어 놓은 앙증맞은 점이 찍혀 있고 눈동자는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초록색이야. 외모는 짧게만 이야기하고 성격으로 넘어갈게. 어차피 그게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니까. 내가 누구인지 정의하려면 단점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어. 내 입에서 단점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놀랐겠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무결한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아. 음, 뭐부터 시작할까? (18쪽)
시작이 좀 낯설었다고 할까. 고양이가 야옹야옹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도도하고 앙칼진 느낌이어서 서먹서먹한 느낌이라도 해도 좋겠다. 여기서 고양이는 고양이,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바스테트와 같은 종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으로 뒤덮이면서 이 책에 몰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