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혜범 스님. 1976년에 입산했다. 1991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단편 소설 「바다, 뭍, 바람」이 당선되었고, 장편소설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영화화되었다. 『남사당패』, 『시절인연』, 『소설 미륵』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하여 '대일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강원도 원주 송정암에서 수행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소설은 고통, 즉 색, 공에 대한 이야기다. 픽션이지만 어떤 한 눈이 먼 스님을 소재로 한, 그러나 픽션, 허구이다.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누구에게도 그리움이 되지 못하는, 그리움이 되게 해서는 안 되는 병상기록, 나의 실제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픽션, 허구이다. (6쪽)
소설의 본문을 읽기 전, 그러니까 이 책은 서문 처음부터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젠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
"바다로 가면 돼."
"바다요? 바다는 왜요?"
"살아있으니까."
"하필이면 왜 바다예요?"
"바다는 아우성치니까."
"아……. 우리들 존재의 바다요?"
"그렇지. 우리는 자유의 바다, 화엄의 바다로 가는 사람들이란다."
그렇게, 바다로 왔고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입원을 했다. 7차, 8차, 11차 수술을 했고 그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조금 만 더 참아봐.', '산 사람은 살아야지.'였다.
몸이 껍데기라는 걸 알았다. 내 몸인데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몸과 내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병상에 누운 채 이 고통은 무엇이지? 하는 마음으로 『소설 반야심경』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4쪽)
서문 처음부터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냥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계기 앞에서 이 책이 이미 내 마음 한가운데로 훅 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본문, 그다음 이야기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저자 소개에 보면 장편소설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영화화되었다는 것이 있다. 초반부터 장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보면 영화화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해인은 30대 스님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를 오가다가 코마 상태에서 겨우 깨어났다. 그 장면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지? 어디에 있었지? 그렇구나, 내 이름이 김산이로구나. 내가 만들었던 날들. 그 낮과 밤들,' 했는데 해인은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겨우 한 잎 과거의 단편 조각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12쪽)
저자 혜범 스님 본인의 경험담이 녹아들어 소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이 책을 읽는 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첫 장을 펼쳐드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선입견이 작용했나 보다. 하지만 일단 펼쳐들면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느낌이다. 읽어나가다 보면 장면 하나하나 머릿속에 그려나가며 몰입하게 된다. 읽다 보면 반야심경도, 우리네 삶도, 믿기지 않는 현실과 고통도, 한 데 어우러져 이 두 권 안에 녹아들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2권의 마지막에는 혜범스님 편 반야심경 해제가 수록되어 있다. 소설을 읽고 반야심경과 해제를 읽으니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까지 나에게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 나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방향을 잃고 있는 나를 불러 세운다.
살다 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할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깨지 못한 꿈과 같은 세상, 가슴은 막막하고 입에선 단내가 날 때가. 순간, 타사시구자, "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느냐?"는 화두를 트는 소설의 인물, 캐릭터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276쪽)
우리 모두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의 항해자다. 그 무게가 누구는 무겁고 누구는 가벼운 것은 아닐 터. 살짝 버겁기까지 하던 내 인생의 바다를 이 소설을 읽으며 잠시 잊어본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무게도 잊고 고통도 잊어본다. 구도의 길을 함께 가보는 듯한 어렴풋한 느낌을 선사해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