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장웨이. 197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을 발표해 온 장웨이는 「음성」(1982)과 「어떤 맑은 연못」(1984)으로 중국작가협회 주최 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즈음부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소설·시·평론·시평 등 다방면의 작품을 발표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만물의 융화를 강조하고 고도성장기 중국의 사회 모순과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시대상을 비판하는 단편을 주로 써왔으며, 1986년 첫 장편 『옛 배』(한국어판 『새벽강은 아침을 기다린다』)를 출간했다. 그의 글에는 중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변용과 지식인의 정신적 구원의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으며, 근대문학이 달성한 고전적 의의와 그것의 초월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날개 발췌)
『도연명의 유산』은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도연명이 남기고 간 유산을 핵심 키워드를 뽑아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학술 논문이나 학술서에서 흔히 채택하는 글쓰기 방식이 아니라,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속삭이듯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이야기체를 골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학 강의가 아니라 장웨이가 2003년 9월에 개설한 만송포서원에서 강연한 내용을 기록한 강연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10쪽)
이 책은 총 7강으로 구성된다. 1강 '위진의 정글에서', 2강 '잠들지 않은 존엄', 3강 '가장자리에서 배회하며', 4강 '농사와 건강', 5강 '가까워지는 종점', 6강 '이중의 소박', 7강' 가장 가깝고 가장 먼 곳'으로 나뉜다. 대자연의 위로, 창작의 네 시기, 버티기, 음주와 오석산 복용, 고인과 존엄을 비교하면, 태어날 때부터 지닌 물건, 대장부는 천하에 뜻을 둔다, 술 두 잔, 풀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물다, 소위 조화란, 자연스럽고 꾸밈없다, 거대한 흡인력, 큰 변화 가운데, 물질은 정신보다 크다, 시인의 항심, 정신적 단칸방, 국화는 교조적이지 않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도연명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이 책은 도연명 저작에 관한 고증이 아니고 구체적인 해석 연구도 아니며 학술 논문도 아니요, 단지 한 독자의 감상이자 독서의 결과물일 뿐이다. (4쪽, 서언 중에서)
'도연명'하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도연명에게 덧씌워진 미사여구를 과감하게 벗겨버린다는 것이다. 박제되고 밀랍 인형 속에 갇힌 도연명을 밖으로 탈출시켜 민낯의 도연명을 목도하게 한다니, 본격적으로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옮긴이의 글'을 읽으면서부터 무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리라 기대되었다. 그 기대감을 채워주는 책이다.
100여 편이 넘는 도연명의 시문 가운데 가장 영향이 있는 작품은 의심할 나위 없이 「돌아가자」와 「도화원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묘사한 문장은 모든 중국문학 전통 속에서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완미한 시인 형상을 묘사했다. 시인이 걸었던 지향은 명확하고 감미롭고 매혹적이다. 실제로 도연명 시의 내부로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는 이외의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시시각각 엄습하는 불안과 고통들이 그렇다. (248쪽)
이 책을 읽으며 겉모습뿐만 아니라 좀 더 깊이 내부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시 자체만으로 알게 되는 것 이상으로 도연명에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민낯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떤 면에서는 환상을 깨는 부분도 있어서 살짝 아쉽기도 하고 더 진실에 다가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묘하게 한 걸음 다가간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