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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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꽃이 그렇다. 다른 계절에도 분명 어디에선가 존재하고 있는데, 수선화를 시작으로 벚꽃에서 절정을 달리고, 그다음에는 이름을 잘 몰라서 흐지부지하다가 내 눈에서 멀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일단 앎을 키워야 하나보다. 솔직히 이 책이 다른 계절에 나왔다면 내 눈에 이렇게까지 확 들어왔을지는 장담 못 하겠다. 하지만 지금이어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자석에 끌리듯 이 책부터 읽어나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유미, 송기엽의 식물 산책 에세이다. 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와 평생 들꽃을 기록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유미는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풀과 나무와 인연을 맺은 이후 평생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있으며, 송기엽은 야생화와 인연을 맺은 후에는 이 땅의 곳곳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꽃을 앵글에 담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생화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 (송기엽 선생님은 2020년에 작고하셨다.) 이 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을 읽으며 이들이 들려주는 들꽃 이야기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아름다운 풀꽃 산책'은 3월부터 12,1,2월까지 만나게 되는 풀꽃들을 모았다. 3월에는 노루귀, 복수초, 꿩의바람꽃, 변산바람꽃 등, 4월에는 깽깽이풀, 애기나리, 현호색, 개별꽃 등, 5월에는 은방울꽃, 삼지구엽초, 금낭화, 애기똥풀 등, 6월에는 감자난초, 나도풍란 등, 7월에는 꿀풀, 원추리, 삼백초, 갯취, 백리향 등, 8월에는 물달개비, 부레옥잠 등, 9월에는 약모밀, 달맞이꽃, 서양민들레 등, 10월에는 구절초, 왕고들빼기, 배초향 등, 11월에는 갈대, 큰천남성 등, 12,1,2월에는 해국, 수선화, 강아지풀 등의 풀꽃을 볼 수 있다.

2부 '행복한 나무 산책'에는 3월부터 12,1,2월까지 만나게 되는 나무들을 모았다. 3월에는 계수나무 등, 4월에는 벚나무, 조팝나무 등, 5월에는 아까시나무, 철쭉 등, 6월에는 산딸나무 등, 7월에는 자귀나무, 인동덩굴, 쥐똥나무 등, 8월에는 두릅나무, 해당화, 산수국 등, 9월에는 감나무와 고욤나무 등, 10월에는 마가목, 담쟁이덩굴 등, 11월에는 향나무, 차나무 등, 12,1,2월에는 흰동백나무와 분홍동백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에야 네이버 렌즈 기능이 있어서 네이버스마트렌즈에게 물어보면 꽃은 물론이고 다른 것까지도 척척 대답해 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이름 찾아가며 다녀야 했다. 그러니까 야외에 나가면 꽃 이름을 제법 잘 아는 사람이 함께 다니지 않는 한, 그냥 노란 꽃, 보라색 꽃, 뭐 그런 식으로 인식하다가 잊어버리곤 했다. '나중에 찾아봐야지…' 생각만 하고 말이다.

어쨌든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처럼 그저 몸짓에 불과하던 이 존재들이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거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의 우리 풀꽃과 나무 사랑을 제대로 전달받는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단순히 학술적인 느낌이 아닌 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다. 펼쳐들면 설레는 것은 그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숲에 사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100가지 아니 그 반만 알고 있어도 그냥 초록이던 숲은 갑작스레 다정하고 친근한 공간이 됩니다. 그냥 나무이고 그냥 풀이었던 숲의 존재들이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게 되는 것이지요. "와! 신갈나무, 너 참 튼튼하게 생겼구나. 그런데 잎도 제대로 피기 전에 축축 늘어진 것이 도대체 뭐야? 아! 꽃이라구? 꽃을 많이 달고 있는 걸 보니 도토리도 많이 열겠어.", "얼레지, 오랜만에 만나네. 널 처음 만난 게 남해 금산에서였지. 넌 언제 봐도 반갑고 예뻐."

이름을 안다는 것은 숲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비로소 하나하나 구분하여 알아보는 일이며, 그들과 함께하며 새록새록 깊어갈 인연의 첫 시작이 됩니다. (53쪽)

확실히 산에 가서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볼 것도 할 것도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매달 한 번씩 들춰보며 꽃과 나무를 마음에 담고 싶다. 이 책과 함께라면 더 이상 삭막하게만 생각되지는 않을 듯하다. 꽃을 마음에 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에 꽃은 종류별로 보자면 생각보다 금세 지고 사라져버리지만, 순서대로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항상 어떤 꽃인가는 피어있다. 좀 더 시선을 집중하며 눈길 한 번 더 주리라 다짐해본다. 이 책이 내 마음을 꽃과 나무로 향하도록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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