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꾸준히 이 책에 답변을 적기 위해 질문들을 들여다보았다. '나'를 잊고 지낸 순간들, 열심히는 살았지만 그때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나'들에게 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인식하는 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과 여유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짤막한 질문에 답변할 마음가짐과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족하다.
이 책은 책이지만 다이어리이다. 단순히 하얀 종이만 있는 다이어리라면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안내해 준다. 당신의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부터 차근차근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라고 말이다. 이 책은 일종의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한다. 완성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나를 다시 기억할 시간입니다.
이 책은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 순간 주인공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나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4쪽,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살짝 건드려주는 역할을 한달까. 무언가 사연이 있는 사람을 대할 때 살짝 질문만 던져주어도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나오는 것처럼, 이 책은 나를 살짝 건드려준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물으면, 바로 답변이 튀어나오지는 않지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곰곰 생각에 잠기다 보면 하나씩 떠오른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가요?' 나는 사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였다. 우리 집에 위인전 전집이 있었는데 정말 읽기 싫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전래동화 한 권씩 사서 읽는 재미를 느꼈다. 그때 전집으로 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기억도 얼핏 난다. 책 안 읽지 않냐면서. 아무래도 스스로 읽고 싶게 만들려고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옛날이야기 같은 거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