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안도현의 문장들
안도현 지음, 한승훈 사진 / 모악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시인 안도현의 문장들 『고백』이다. 처음에는 안도현 시인의 시 모음집이나 시 발췌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안도현 시인이 고백하는 삶과 문학의 비밀이 담긴 책이다. 안도현 시인의 짤막한 글이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안 그래도 오늘은 짧은 글과 긴 생각으로 이어지는 책을 읽고 싶던 차에 이 책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펼쳐들어 읽어나가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작가의 말

장 그르니에는 이렇게 썼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의 아련한 기대와 다짐을 이보다 더 신비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대한 꿈이란 겸허한 마음 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난과 남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사람은 당당해진다. 수없이 꽃이 피었다가 지고 눈보라가 퍼붓다가 그치고 강이 넘쳐 벌판이 되고 길이 산을 뚫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해, 시를 쓰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기 시작하던 나의 스무 살에게 이 책을 건넨다.

2021년 봄

안도현

(작가의 말 전문)

이 책은 안도현 글, 한승훈 사진으로 구성된 책이다. 사진과 함께 안도현 시인의 짧은 단상이 어우러져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페이지마다 큼직큼직한 자연 사진이 실려 있고, 짤막한 글귀로 정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득 시선을 주는 것조차 잊고 있던 자연에 한 번 더 눈길을 줄 수 있도록 시인이 도와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하며 하나씩 알아간다.

우리가 만나기 전에는

서로 먼 곳에 있었다.

너는 나의 먼 곳,

나는 너의 먼 곳에,

우리는 그렇게 있었다.

우리는 같이 숨 쉬고 살면서도

서로 멀리 있었던 것이다.

(32쪽)



사람들은 발길 닿는 대로 갈 수 있다고 착각을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시작되는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가 감옥의 내부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을 지금 바로 갈 수 없다면 그건 감옥 속에 있다는 뜻인데 말이다.

(66쪽)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니고 있는 의미를 시인이 집어내준다. 그 안에서 우리네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단서도 포함해서 말이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며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그저 '보기(見)'가 아니라 '꿰뚫어보기(觀)'란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통찰력이 가미되어야 예술로서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112쪽)

그렇게 이 책은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들려주고 있다. 시인은 꽃 한 송이, 바람 한 줄기에서도 시와 철학과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을 건져내어 내게 보여준다.

시적 순간은 의외로 곳곳에 산재해 있다. 초보자는 시적 순간이 수시로 입질을 하는데도 그것을 낚아채는 때를 놓쳐버리기 일쑤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첫 생각과 만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한다. 우주의 무한한 생명력과 연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첫 생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그동안 당신이 겪어온 감정과 사건과 정보가 밑바탕이 되어 발산되는 것이기에 엄청난 에너지에 물들어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다. 시인이란, 우주가 불러주는 노래를 받아쓰는 사람이다.

(195쪽)



뭐 참신한 거 없나, 새로운 것 없나,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알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만 달리하면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이다. 꿰뚫어보기의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 이 또한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내 마음에 따라 나에게 건네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는 파장을 일으키며 마음을 물들인다. 40년 동안 갈고 다듬어온 안도현 시인의 문장을 사진과 함께 정갈하게 담은 책이니,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그 문장들을 음미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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