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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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정래 장편소설 『인간 연습』이다. 신간은 아니고 2006년 1판 1쇄된 책이 15년 만에 개정 출간된 것이다. 겉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라 퇴고를 다시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새로 쓴 작품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예전에 조정래의 장편소설 인간 연습을 읽은 적이 없으니, 정말 신간을 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 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출판사를 바꾸면서 다시 읽어 퇴고를 했다. 이 개정판을 정본으로 삼고자 한다.

(2021년 3월, 오대산자연명상마을 세심헌에서 조정래, 작가의 말 중에서)

박동건의 죽음을 알리며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의 첫 시작을 읽다가, 단지 인간의 실존적인 고민만이 아닌, 시대의 아픔까지 진하게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부터 마음이 아려오면서 속도를 내어 읽어나간다. 사상이든 종교든 그 무엇이든 우리는 자신과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는 데에 익숙지 않다. '사상의 조국' 쏘련이 저절로 폭삭 주저앉아버렸다는 한탄을 하는 박동건과 윤혁.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지켜보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박동건을 닮은 것인지 막내아들은 총명했다. 종교든 이념이든 관념이었다. 그런데 그 관념이 현실성을 획득하면 충돌을 면치 못했다. 그 현실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간 행동의 극한 상태가 전쟁이었다. 그 전쟁의 힘을 빌리면 두 관념의 충돌은 광적인 활화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종교란 인간의 정신을 병들게 하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일체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고,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내세우는 예수교인들로서는 신을 부정해 버리는 공산주의 무리들은 사탄일 수밖에 없었다. 그 용납할 수 없는 충돌이 박동건 부부가 끝끝내 화합하지 못한 뿌리였다. (33쪽)

초반부터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한때는 그것만이 진리인 줄로만 생각되던 이념도 하루아침에 힘을 잃기도 하고,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쓸쓸한 죽음에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며, 이념과 종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 것인가. 특히 박동건은 뇌졸중으로 인해 말 한마디 잘 못하면서도 끙끙거리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은 자발적인 전향을 하지 않았다고, 강제전향을 했다는 것을 윤혁에게 알리는 장면이 있다. '그게 뭐라고'라는 생각 앞에서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신념은 허망하게 의미를 잃는다.

어느 가족이든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지 못한다는 것은 개별적으로 바라본 가족들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시대적 아픔으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겠다 생각되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노력으로 억지로 화해시켜볼라치면, 오히려 강한 이념의 팽팽한 대결 끝에 누군가는 부러져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 소설처럼 나오는 것이다.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이 소설은 이념, 국가, 종교 등등 인간 개개인이 아닌 전체적인 것을 바라보던 내 시야를 박동건과 윤혁, 그리고 그 시대를 겪어낸 수많은 개개인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확장시켰다.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이번 소설을 지었다.(7쪽)'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전진도 후퇴도 아닌 오리무중이어서 답답함만 가득하다.

우리의 수많은 지식인들은 아직도 '해방' 이후의 역사를 '민족적 비극'이란 모호한 언어로 포장하여 역사의 창고 속에 깊이 묻어둔 채 그 실체를 파헤치는 일을 방해하거나 오도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등골에 끼쳐오는 거대한 세력의 입김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199쪽_해설 중에서)

무엇이 정의인지, 어차피 인생살이 빈손이고 인생사는 수수께끼투성이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다들 딱하다. 한 가족이면서 자신의 이념과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고, 자신의 신념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 또한 방치일 것이니,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이 책은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며 수많은 생각 속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도록 나름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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