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음식으로 말하다 - 조금만 알아도 인도음식이 맛있어지는 이야기
현경미 지음 / 도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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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을 보자.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신료들이다. 뒤표지까지 펼쳐들고 한꺼번에 보면 동그란 그릇에 담긴 갖가지 향신료 모음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향신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춘수의 꽃 같다고 할까. 모르면 그냥 낯선 음식 중 하나이겠지만, 알고 나면 좀 더 맛있게 다가오니 말이다. 나에게도 인도 음식의 추억이 있다. 이 책 《인도, 음식으로 말하다》를 읽으며 그 기억과 교집합을 찾으면서 맛깔나는 기행을 떠나본다.



이 책의 저자는 현경미. 인도 뉴델리에서는 남편, 딸아이와 함께 4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고, 인도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와 《인도, 신화로 말하다》를 펴냈다. (책날개 발췌)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커리의 원료 강황 이야기부터, 현지 아니면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지상최고의 과일 망고,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탄두리 치킨, 우리나라 솥밥과 비슷한 브리야니, 뉴델리 현지인들이 다니는 시장 정보까지 다양한 인도 음식 정보가 있다. 이 책에 대해 정의해 보자면, '조금만 알고 나면 맛있어지는 인도 음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인도에서 김장을? 델리 최대의 식자재 시장: INA마켓', 2장 '영혼의 음식, 짜이: 짜이에 들어가는 향신료', 3장 '커리의 주원료인 강황: 강황의 놀라운 효과', 4장 '밥이 먹고 싶을 때는 브리야니: 자이푸르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의 추억', 5장 '삼시 세끼로 질리지 않는 짜파티: 인도 빵 이야기', 6장 '탄두리 치킨과 맥주: 한국인이 좋아하는 인도음식', 7장 '미각을 깨운 코르마, 로간 조쉬: 인도의 양 요리', 8장 '한상차림 '탈리': 우리나라 상차림과 닮은 왕궁의 한 상', 9장 '디저트, 달콤한 유혹: 젤라비, 애프터눈 티', 10장 '중요한 식쟈료 빨락: 인도의 채소', 11장 '인도 여행의 행복, 망고: 인도의 과일', 12장 '음식의 맛은 역시 손맛: 그들은 왜 손으로 음식을 먹는가?', 13장 '마지막 만찬, 인도와의 인연: 인도 식당 메뉴판 이야기'로 나뉜다.

조곤조곤 풀어나가는 인도와 인도 음식 이야기에 저절로 집중이 된다. 저자가 강황가루를 먹었던 일화를 들으며 나도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문을 눌렀고, 맥주 킹피셔의 시원한 그 맛도 떠올려본다. 어디서든 웬만하면 맛있는 난, 브리야니에 고추장 비벼 먹던 추억 등등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추억에 잠겨본다.

특히 달콤한 디저트 젤라비는 너무 달 것 같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살짝 아쉬워진다. 글을 읽으며 그 맛을 상상해보기라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것과 비교해서 설명해 주니 아마 잘 모르는 사람도 읽어보면 대충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물론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신나서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고 말이다.

젤라비는 우리나라의 약과와 비슷하다. 설탕을 밀가루에 버무려 튀기고 그걸 다시 설탕물에 졸인 '튀김 설탕 과자' 젤라비. 지역마다 젤라비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름이 든 커다란 솥에 젤라비를 튀겨내는 모습은 인도의 거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젤라비가 대중적인 간식이라면 우리나라의 다식과 비슷한 캐슈너트 바르피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잘라 은박지를 곱게 입힌 특별한 간식이다. 다식이 송화가루나 검은깨로 만든다면 캐슈너트 바르피는 캐슈너트의 가루를 이용해 만드는데, 공을 아주 많이 들이는 간식인 만큼 인도 최고 축제인 디왈리 때 주위 사람들과 선물로 주고받는다. 나도 현지인으로부터 둘레를 인조 진주로 장식한 화려한 상자에 담긴 바르피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멋진 대나무 상자에 담긴 한과 선물세트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94쪽)



이 책의 마지막에 보면, 인도를 최초로 여행한 한국 사람은 혜초 스님이라고 한다. 서기 723년, 약관의 나이에 중국 해안지방인 광주에서 인도(천축국)로 가기 위한 배를 탔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그때는 거의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걸어서 이동하며 길 위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했을 거라고.

그다음은 재미있는 상상. 혜초 스님이 인도에 도착한 해와 저자가 인도에 도착한 해를 따져보니 정확히 1,284년의 격차가 있었다며, 또다시 1,284년이 지나고 나서 누군가 인도를 방문할 때, 과연 얼마 만에 도착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았던 순간 이동이 가능해질까. 확인할 수 없으니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이 책은 가볍게 읽으려고 펼쳐들었다가 흥미로운 세계에 푹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인도 음식 몇 가지 훑어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인도에 살면서 보았던 것, 느꼈던 것 등등을 풍성하게 버무려 풀어내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서 빠뜨릴 수가 없었다.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맛깔난 인도 음식 한 상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인도 여행을 가본 사람이나, 언젠가 가고자 하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인도 음식은 빼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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