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회사들 - 주가가 알려주지 않는 문제적 조직의 시그널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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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니 나도 표지에 있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이 회사, 믿고 투자해도 괜찮은 걸까?" 주식에 발 담근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 다 같은 마음 아닐까. 내가 선택한 회사는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켜보겠다고, 그런 마음 말이다. 남의 회사 같지 않고 친근감이 있어서 사소한 제품이라도 '거기 꺼' 사용하게 되며, 길 가다가 우연히 본 매장에서 그 회사의 미래를 짐작해보고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하지 말아야 할 회사이다. '엥,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위험해 보이는 조직도 있다. 이 책에서는 회의 시스템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일 잘하는 직원을 바보로 만드는 기업들의 기막힌 내막을 알려준다고 한다. 소재부터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의 추천사 중 '여기엔 배워서는 안 될 우스꽝스러운 사례가 가득하다'라는 말을 보고는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고장 난 회사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받던 기업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내부자 폭로로 드러난 비열한 조직 관행, 비인간적인 평가 시스템, 미숙한 고객 응대는 너무나 상식 밖이어서 두 눈을 의심할 정도다. 잘나가는 기업들이 어쩌다 그처럼 어이없는 일을 벌이는 걸까? 선구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문가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컨설팅을 진행하며 이해 불가한 일들이 당연한 듯 벌어지는 기업의 내막을 무수히 목격했고, 이런 현상이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퍼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장 난 회사들》에서 그는 기업들의 다양한 '고장 난' 사례를 소개한다. 내부 갈등의 집합체인 복잡한 리모컨, 1MB 이상의 파일 전송을 금지하는 보안 규정, 고객 감소의 원인을 실내조명 등에서 찾는 항공사 등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비현실적 문제, 만연한 부조리의 뿌리를 파헤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마틴 린드스트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타임),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싱커스500)에 선정된 세계적인 마케팅·브랜드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및 문화 혁신 기업 '린드스트롬 컴퍼니'의 설립자이다. 현재 린드스트롬 컴퍼니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세계 1위 해운업체인 머스크를 비롯해 스위스국제항공 버거킹, 네슬레,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 유수의 기업들을 컨설팅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며 '괜찮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안 괜찮다'를 시작으로, 1장 '상식을 사치로 여기는 사람들', 2장 '공감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3장 '충성 고객을 떠나가게 하는 법', 4장 '교활한 사내 정치', 5장 '누구를 위하여 시스템은 도입되었나', 6장 '회의 중독자들', 7장 '통찰을 가로막는 근시안적 규칙들', 8장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널 지켜줄 수 없어', 9장 '고장 난 회사를 복구하는 5단계 가이드', 10장 '경보음에 응답하기'로 나뉜다.

책을 읽으려고 펼쳐들자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은근히 빨려 들어가서 읽어나가게 되는 느낌이랄까. 저자의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나도 그런 일이 있었어' 공감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글이 착착 감긴다. 유머도 섞어가며 읽는 이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어찌 계속 읽지 않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내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업은 브랜드의 핵심 목표를 새롭게 세우거나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그들은 내게 새로운 로고를 만들어달라 거나, 웹사이트 디자인을 바꿔달라거나, 혹은 향수나 맥주, 손목시계, 매장의 브랜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기업의 '실질적인' 문제(사기저하, 생산성하락, 소비자 불만, 혁신의 부재)는 태어난 지 2주 된 골든리트리버도 바보 같다고 느낄 만큼 시스템과 절차에서 상식을 외면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들은 처음부터 상식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상식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만연한 상식의 결핍은 기업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말하자면 경쟁자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일)를 가로막는다. 오늘날 기업은 조직 내부의 복잡한 문제로 인해,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관료주의의 폐해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문제다. (25쪽)

이 책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상식적인 혹은 비상식적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촌철살인의 느낌이랄까. '맞아, 그렇겠네'라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만나면 무언가 건져낸 듯 흐뭇해진다. 그걸로 세상이 변할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인식하는 세상만 달라지는 거라 해도 일단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우리는 비상식적인 부분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고, 그것은 변화해야 할 것이 풍부하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흔히 CEO들은 '빅픽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누가 그런 데 관심을 갖는가? 많은 직장인이 5년 후면 조직을 떠난다. CEO와 CFO는 더 빨리 떠난다. CEO가 앞으로 1~2년 동안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그러면 모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작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크고, 담대하고, 야심찬 목표를 제시할 경우, 대부분의 조직과 그 구성원은 두려움을 느끼고 저항하려 들 것이다. 그 기업은 항상 해왔던 대로 할 것이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47쪽)



마틴 린드스트롬의 유쾌한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조직이 고객과 직원을 미치게 만들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상식이 예외가 아닌 원칙이 되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흥미롭고 유용한 방법과 도구들로 가득하다.

_로버트 서튼, 스탠퍼드 대학 교수 《또라이 제로 조직》 저자

이 책 정말 유머러스하다. 표현 하나하나가 찰진 느낌이어서 흐흐 웃어가며 읽었다. 그동안 유머를 이야기하는 책 중 막상 읽어보면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거나 가뭄에 콩 나듯 조금 웃을라치면 끝난 경우도 많았는데, 이 책은 정말 웃기긴 웃겼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적 있어, 나도 그거 알아' 이런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도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많다는 소리다. 또한 마지막에 '한마디 더'에 보면 우리가 비즈니스 삶에서 그런 것처럼 일상적인 삶에서도 상식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말을 한다. 상식의 결핍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책이다. 읽어보면 좋을 경제경영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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