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교과서를 보면 공부의 흔적으로 여기저기 줄이 쳐져 있다. 그런데 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줄 치지 말라고 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아는 내용에는 줄을 치고 모르는 내용은 넘어가서 결국 아는 것만 알고 모르는 것은 여전히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왕 줄을 쳤으면 줄이 없는 부분을 다시 공부하라고 권한다. 늘 틀리는 시험 문제는 거기서 나온다. 나는 학생들에게 '아는 느낌을 내려놓는 경험을 해보라'고 말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느낌일 뿐이라는 것은 아는 순간, 대상에 대하여 진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 친구, 학문, 자연에 대하여 종이에 적어본다면 정보의 양이 정말 보잘것없음을 금세 깨닫게 된다. (36쪽)
나도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에 밑줄 치고 무언가 적어가며 공부했지만, 지금은 책에 줄을 긋거나 글자가 적힌 것이 싫다.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읽기 되더라도 새롭게 다가오도록 하고 싶다. 무언가 적어놓는 것은 노트면 충분하다. 책을 지저분하게 봐야 하고 밑줄 긋고 글도 적어가며 활용해야 한다는 것 말고 다른 의견을 들려주니 무언가 반가운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특히 이 부분이 나에게 무언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공자는 『논어』의 위정편에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중요한 지식이라는 주장이다. 공자의 깨달음은 매우 뇌 과학적이다. 뇌가 모르는 것을 찾아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함으로써 인간의 지식은 축적되고 생존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자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과연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아는 것이든 모르는 것이든 그것을 아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른다. 지난 100년간 신경과학의 역사를 돌아볼 때, 우리는 여전히 뇌가 만들어내는 앎 자체에 무지하다. (37쪽)
이 책에 더욱 호기심을 갖고 읽어나가게 만드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