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 그림은 앙리 마티스의 <베게토크>. 1952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컬러리토 그래프 기법의 방식으로 네모진 공간에 풍성히 자라는 채소(베게토크)를 형상화하였다. 이 책의 지은이는 고유라. 단국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고, 전통공예인 닥종이 인형에 관심을 두어 국내 유수 기업의 광고 닥종이 인형을 제작하였다. (책날개 발췌)
어느날 문득 그림이 내 인생 속으로 들어왔다. 그 세계는 처음엔 무척 낯설고 어려운 문이었지만, 한 발짝 두 발짝 그 문을 열어젖히고 더 깊은 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매혹적이고 감미로운 경이의 세계가 나를 격렬하게 끌어당겼다.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나는 그림 속으로 기쁘게 빠져들어갔다. 그때마다 그림은 나에게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주었고, 평화롭고 편안한 감성의 생기를 북돋아주었다. 그 감성의 에너지가 나를 살아 있게 했다. 두근거리며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게 했다. 처음 봤을 때 너무나 좋았던 그림이 있고, 보면 볼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그림도 있다. 어쩌면 산다는 건 그렇게 낯설이고 하고 낯익기도 한 어떤 표정의 중간쯤이 아닐까. 그렇게 헛갈리는 갈림길에서 길을 잃으면 또 어떠랴. 아름다운 그림 속에서 길 잃은 행복한 감성주의자 만큼 멋진 삶을 사는 사람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10쪽)
클로드 모네, 폴 세잔, 오귀스트 르누아르,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등 유명한 화가부터 이름이 약간 낯선 분들까지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이 담겨 있다. 제목과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서 독자의 생각을 끌어내준다. 계속 읽어나가야한다는 부담감도 없고, 중간에 끊긴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마음 내킬 때에 아무 데나 펼쳐들어 읽어나가도 충분히 감상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림과 수다와 속삭임이 함께 담겨있다. 너무 재잘재잘 말이 많은 수다가 아니라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슬쩍 분위기를 띄워주는 수다라고 할까. 그동안 보던 그림이어도 거기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함께 수다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읽어나간다. 그림도 좋고, 적당한 여백과 여운으로 감상의 시간을 보내면 시들어있던 마음이 생글생글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