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진작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이럴 때에는 책이라는 실물이 내 앞에 턱 놓여야 들춰보기라도 한다. 아마 제목만으로는 여전히 '언제 한번 시간 되면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했겠지만, 눈앞에 나타난 이 책은 일단 펼쳐들게 되었고, 읽기 시작하니 희곡으로 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읽어나갔다. 그렇게 시간을 툭 잘라내어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년 잉글랜드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616년 52세의 나이로 사망. 영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 추앙받는다. 셰익스피어는 영국 문학뿐만 아니라 영미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중심적 인물이기 때문에, 영미권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려 한다면 그의 작품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해는 그의 희곡들에 녹아든 언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며, 영미권 문화에 통용되는 전반적인 사상이나 가치 등을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책날개 발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희극(코메디아 델라르테)으로써, 사랑-계략-결혼으로 이어지는 셰익스피어 작품 특유의 서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서막에 등장하는 주정뱅이 슬라이는 길에서 만취한 채 잠들어 있다 어느 영주의 장난으로 귀족이 되어 영주의 저택에서 연극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 본극이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본극 말미에 전개되는 카타리나의 전향적인 모습과 대사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게 비칠 소지도 있지만,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수행하는 젠더 역할들이 실상은 만들어진 것이고,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극중극이라는 형태로 이 연극이 남성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판타지이며, 페트루키오가 카타리나에게 주입하는 남존여비 사상이 오로지 허구 속에서만 존재한다는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서막 1장, 서막 2장, 1막 1장, 1막 2장, 2막 1장, 3막 1장, 3막 2장, 4막 1장, 4막 2장, 4막 3장, 4막 4장, 4막 5장, 5막 1장, 5막 2장으로 구성된다. 맨 앞에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본격적으로 희곡이 시작된다.

지금껏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시작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술주정뱅이 슬라이가 술에 취해 바닥에서 잠들어 있는데, 그 모습을 본 영주가 번뜩이는 장난을 떠올린다.

이보게들, 이 술주정뱅이한테 장난 좀 치려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이 자를 침대로 옮겨 향기로운 옷을 입히고, 손가락엔 반지도 몇 개 끼워주는 거야. 주정뱅이가 깨어났을 때 침대맡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멋지게 빼입은 하인들이 옆에 대령하고 있으면 제 처지가 헷갈리지 않겠나? (13쪽)'

이 자가 지금 자기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 "나리는 분명 저희 영주님이신데 아직 꿈속에 계신가 봅니다."라고 대꾸하라니, 시작부터 독자를 확 끌어당긴다.



극중극 형태인 희곡인데,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술 깨고 보니 어리벙벙한 상황에 접한 슬라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 웃음이 난다. 일단 연극이 시작되니 그것부터 함께 감상하는 심정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게다가 약간의 시대착오적인 내용은 극중극 형태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희석이 된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셰익스피어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인가 보다.

이 책은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슬쩍 들춰보기만 해도 계속 읽게 된다. 말괄량이를 어떻게 길들이는지 촉을 세우며 지켜보게 되니 말이다. 사나운 사람을 지능적으로 길들이는 방법을 위트 있게 썼다. 말괄량이가 과연 어떻게 될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 결국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책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서 직접 현재 진행되는 연극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게 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