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로케 생각해 - 걱정도, 슬픔도 빵에 발라 먹어버리자 edit(에디트)
브라보 브레드 클럽 지음 / 다른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걱정도, 슬픔도 빵에 발라 먹어버리자!' 그래, 갓구운 고로케라면 모든 게 사르르 용서되지 않을까. 포근한 빵 한 입 베어물고 보면, 사는 거 이 맛에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것은 내곁에 빵이 없기 때문이다. 한입 먹고 싶은 강렬함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며 내일 빵집에 가서 어떤 빵을 구입할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제목도 맛있게 보이는 '나는 고로케 생각해'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고혜정. 빵을 너무 좋아해서 서른 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 알바로 취직했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빵을 좋아하는 고양이 '브라보'를 부캐로 삼아 그림을 그리다가 책까지 쓰게 되었다. (책날개 발췌)

안녕!

난 브라보라고 해.

되고 싶은 건 없고,

그냥 맛있는 빵 많이 먹고 싶은 고양이야!

나랑 케이크 한 판 사서 반 판씩 나눠 먹을래? (11쪽)

이 책은 총 5 챕터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내가 빵집 알바를 시작한 이유'를 시작으로, 챕터 1 '빵의 꽃말은 행복이래', 챕터 2 '행복은 빵집에 있어', 챕터 3 '좋아하니까, 빵긋', 챕터 4 '일단 먹고 생각해', 챕터 5 '누구에게나 인생빵은 있으니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빵이 우리의 인생을 구원할 거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흐흐' 웃음짓게 된다. 나도 한 때는 빵순이였는데, 지금은 빵 사러가기 귀찮아서 자꾸 잊는다. 그런 거보면 어디가서 빵순이 명함도 못 내밀겠다. 이 책 속 이야기가 정말 쫀득쫀득 찹쌀떡 같기도 하고, 찰진 쑥떡같기도 하다. 빵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으며 떡을 떠올리는 것이 좀 뭐 하긴 하지만, 착착 달라붙는 맛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거기에는 우리들의 고양이 브라보가 한몫 하고 있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저자는 항상 빵이 저장되어 있는 마르지 않는 샘물인 냉동실에서 스콘 하나 꺼내어 시원한 우유와 함께 한 입 먹으면서 소소하고 짜릿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빵을 사가는 가족을 보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1인 1빵이구나. 멋진 가족이야….' 생각하기도 한다. 아침마다 갓 나온 빵을 진열하면서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냄새를 맡을 때마다 손님에게 줄 빵을 썰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 넣어버리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했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지….



빵집 알바 초보 시절, 갓 구운 빵을 볼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성난 김을 뿜어내며 오븐에서 나오는 빵들의 자태는 정말 황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등장하는 빵은 바게트였다. 하루는 알바 중 어디선가 타닥 타닥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바게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영문을 모르겠어서 사장님에게 급히 물었다.

"사장님! 바게트에서 소리가 나요!"

그러자 사장님은 시크하게 말했다.

"바게트가 잘 구워졌다는 소리예요. 바게트가 잘 구워지면 속에서 장작 타는 소리가 나거든요." (68쪽)

언젠가 나도 들어보고 싶다. 바게트 빵에서 타닥 타닥 들려오는 소리를.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도 한 단계 기분이 업 된다. 당장이라도 빵집에 달려갈 수 없는 때에 읽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다 재미있고 다 먹고 싶고 막 그렇다. 오늘밤 꿈에는 빵이 나올 것 같다.



그림도 귀엽고 글도 통통 튄다. 다들 아는 그 맛, 익숙한 그빵부터 이름만 알고 있는 생소한 빵까지 이 책을 읽으며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일은 오랜만에 빵을 한아름 사와야겠다. 바로 먹기도 하고 냉동실에도 넣어놔야겠다. 추억의 빵도, 그 맛이 입안에 맴돈다.



갖가지 빵을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실 팔이 좀 아파서 그냥 쉬면 낫겠거니 생각했는데, 가만히 있었더니 더 아려와서 그냥 책을 읽은 것이다. 그런데 웃으며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아팠던 느낌을 싹 잊고 웃으면서 빵을 떠올리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것 아니겠는가. 역시 빵은 행복이다. 기분이 빵점일 때나 백점일 때나 빵집에 들러보아야겠다. 너무 빵빵해지게 먹지는 말고 한입만 먹기로 나 자신과 약속하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약속하면 단박에 약속을 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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