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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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길지만 아는 말이다.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등등의 문장과 함께 '원태연'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워낙 유명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2021년판으로 새단장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시 읽기 좋은 봄날이 아니던가. 내가 예전에 원태연의 시집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알고 있는 저 문장들이 지금은 나에게 어떤 감성을 안겨줄지 궁금해서 이 책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커다란 농토의 지주는 소작농을 두 명 불러 작대기 하나씩을 주고 각자 원하는 땅을 이 작대기로 그려 오면 그 땅을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한 명은 그 자리에서부터 선을 그어 해가 질 무렵 돌아와 이만큼을 달라고 했고, 한 명은 그 자리에 서서 점 하나만을 찍고 이걸 뺀 나머지 땅을 달라고 말을 합니다.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라는 이 시집의 제목은 어느 날 우연히 읽은 제목 모를 이솝 우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10쪽)

시인의 감성으로 이솝우화의 내용이 달달한 사랑이야기로 재탄생한 이야기를 보니 더욱 흥미로워서 본격적으로 시 감상의 시간을 보낸다.

이 책에는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상큼할 것 같아요, 허튼 물음, 태여니 고백, 이루어지기 싫은 사랑, 요즘 애들 십계명, 비닐우산이 싫은 이유,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닌 듯한데, 미친 그리움, 예감한 이별, 시인의 눈물, 다 잊고 사는데도, 가지 말라 하셔도, 착한 헤어짐, 서글픈 요령, 이런 날 만나게 해주십시오, 요즘 우리는, 미련한 미련, 원망, 다짐, 쳇바퀴 사랑, 얼마나 좋을까 등의 시가 담겨 있다.

이 책은 2021년 봄, 우리의 감성에 맞추어 출간되었다. 벚꽃도 휘날리고, 사랑도 샘솟는 그런 감성 말이다. 이런 봄날에는 시집을 펼쳐들어 눈길을 끄는 시를 마음에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



세월은 흘러도 시인은 나이먹지 않아야 한다. 그 감성만은 말이다. 데뷔연도를 검색해보니 1992년이었다는 점에서 화들짝 놀랐다. 이 시집을 집어들어 읽는 사람들도 이 시간 만큼은 사랑과 이별을 품은 글로 달달한 감성을 되살려보자. 웃다가 가슴이 미어지다가 뭉클한 시간도 보내며 어느 날 행복했던 시간을, 사랑했던 과거 어느 날의 자신을 만나볼 수도 있겠다. 예전 원태연 시인의 시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태여니 고백'이라는 시 제목을 보며 약간은 중후해진 시인의 얼굴이 떠올라 웃음 짓고, '이루어지기 싫은 사랑'을 읽으며 마지막 행의 반전에 웃음보를 터뜨리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게다가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이거다. 이 책이 아무래도 독자들의 어느 시기를 떠올리게 만드나보다. 인생의 화양연화, 찬란한 봄날 말이다.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감성돋는 2021년 원태연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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