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든든한 가방 같은 그에게 몸과 마음을 꽁꽁 숨긴 그녀,
사랑이라는 핑계를 벗어나
그의 미래를 단번에 지워버릴 이별을 통보한 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하고…… (1권, 뒤표지 중에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이별이다. 그런 시작이다. 이별을 해야 새로운 만남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나에게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한 것은 독고찬과의 이별 장면부터이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랄까. 평범한 이야기의 특별함을 기대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그리고 잘 기억해두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렇듯이, 그냥 스쳐가기만 하는 장면은 없다.
막상 닥치니 걷는 것 외엔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어 다행이랄까. 또 하나 다행은 지도를 꺼내 확인할 만큼 고민스런 갈림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다. 갈림길이 있었대도 지도 따윈 찾지 않고 그냥 걸었겠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부턴 모든 길이 새 길이니까. 오른편은 바다 왼편은 숲. 나무에 부딪혀 올라오는 바람이 쉭쉭 휘감는 소리를 냈다. 걷다가 지치면 그때 다음을 궁리하기로 했다. (26쪽)
가방, 이야기 소재로 괜찮다. 이렇게 두 권의 장편소설을 엮어내어 인간의 삶을 풀어내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꼭 가방을 원해?"
대답 대신 두 번 다르게 되물었다.
"숨기기 좋잖아요?"
"꺼내기 좋잖아요?"
정목이 고쳐 물었다.
"어느 쪽이야? 숨기는 거? 꺼내는 거?"
쉽게 이어버렸다.
"숨겼다가 꺼내기 좋고 꺼냈다가 숨기기 좋고. 그게 가방이니까요." (51쪽)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정의 개인사가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가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