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
김탁환 저자 / 해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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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이야기꾼 김탁환이 신작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그동안 김탁환의 에세이나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말은 들어왔지만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그 말을 확인해본 일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매혹적인 스토리디자이너 김탁환 신작 장편소설'이라고 말이다. 그 말에 대한 사실을 직접 확인해보는 마음이든 그 무엇이든, 독자로서는 영혼을 흔드는 매혹적인 글에 훅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마음을 실현해 줄지 기대하며 이 책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1,2권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질문을 삼키자 눈물이 고였다.

고마운 일이다.

이번 생에선 당신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수백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나도 그날 그곳에 나는 없었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만인에서 만물로 '당신'을 확장하면 이 만남이 더욱 귀하다. 그 사람을, 그 노을을, 그 길을, 그 책을, 그 노래를 만난 덕분에 나는 내가 되었다. 달라진 내 몸과 맘이 묻는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로 왔지?

(6쪽,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에서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이 문장부터 마음에 담으며 사색에 잠겼다. 이렇게 바라보면 세상에 기적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소중하다. 당장 내 마음속에서도 이 소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잔잔한 바람이 불어 마음을 일깨운다. 그러면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어디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속도를 붙여 이 소설을 읽어나간다.




크고 든든한 가방 같은 그에게 몸과 마음을 꽁꽁 숨긴 그녀,

사랑이라는 핑계를 벗어나

그의 미래를 단번에 지워버릴 이별을 통보한 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하고…… (1권, 뒤표지 중에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이별이다. 그런 시작이다. 이별을 해야 새로운 만남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나에게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한 것은 독고찬과의 이별 장면부터이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랄까. 평범한 이야기의 특별함을 기대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그리고 잘 기억해두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렇듯이, 그냥 스쳐가기만 하는 장면은 없다.

막상 닥치니 걷는 것 외엔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어 다행이랄까. 또 하나 다행은 지도를 꺼내 확인할 만큼 고민스런 갈림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다. 갈림길이 있었대도 지도 따윈 찾지 않고 그냥 걸었겠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부턴 모든 길이 새 길이니까. 오른편은 바다 왼편은 숲. 나무에 부딪혀 올라오는 바람이 쉭쉭 휘감는 소리를 냈다. 걷다가 지치면 그때 다음을 궁리하기로 했다. (26쪽)

가방, 이야기 소재로 괜찮다. 이렇게 두 권의 장편소설을 엮어내어 인간의 삶을 풀어내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꼭 가방을 원해?"

대답 대신 두 번 다르게 되물었다.

"숨기기 좋잖아요?"

"꺼내기 좋잖아요?"

정목이 고쳐 물었다.

"어느 쪽이야? 숨기는 거? 꺼내는 거?"

쉽게 이어버렸다.

"숨겼다가 꺼내기 좋고 꺼냈다가 숨기기 좋고. 그게 가방이니까요." (51쪽)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정의 개인사가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가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속도감 있게 몰아치듯 읽어나가다 보면 마지막 장면에 다다른다. 나름 충격이었다. 소설은 그런 건가 보다. 소설은 '설마'했던 일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벌어지기도 하는 그런 장이다. 현실에서 나에게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이 소설 속에서는 일어나기도 한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간접경험을 하는 시간이다. 오더메이드 가방회사 '그레이스'에서 펼쳐지는 그와 그녀의 일과 사랑, 성장 이야기! 낭만적이기만은 하지 않은 오싹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읽어본다. 이럴 때에는 작가의 말을 보며 귀한 인연에 대해 생각하며 느낀 감동 같은 것은 일단 가방에 넣어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

주말의 휴식시간을 뚝 떼어내 두 권에 걸친 이야기를 단숨에 달렸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라는 제목 앞에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어떤 의미의 제목일지 이 소설을 읽기 전과 후가 약간 달라질 수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을 통해 매혹적인 스토리디자이너 김탁환의 신작 장편소설을 접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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