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세계 - 어느 미술품 컬렉터의 기록
문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품 감상 말고 수집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는 그림을 책으로 배운 사람이다. 미술품에 대해 책에서 읽은 적이 있으면 '아, 그 작품이구나'라고 알고 보는데, 아닌 경우에는 낯설고 막막하다. 그런데 이 책이 '어느 미술품 컬렉터의 기록'이라니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미술품 컬렉터'라! 그건 그쪽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금수저도 아니고 예술을 전공하지도 않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는데, 우연히 미술품을 구입했는데 몇 년 뒤 그 미술품 값이 4배나 오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직업과는 별개로 미술품 수집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평범했던 청년은 현재 《구운몽》 최고본, 로뎅의 조각, 리히텐슈타인의 그림까지 소유한 성공한 컬렉터가 되었다고 하니, 더욱 솔깃해져서 이 책이 궁금했다. 저자의 미술품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 책 《수집의 세계》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문웅. 20대 시절 우연한 계기로 미술품 수집에 뛰어든 이후 50년간 수집가로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인사동에 인영아트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수집이라는 운명을 만나다', 2장 '그림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3장 '예술시장의 현재와 미래', 4장 '예술경영학 측면에서 본 미술', 5장 '수집가로 사는 법'으로 나뉜다. 서예로부터 시작된 수집가의 운명, 서두르지 않되 끈질기게, 보통 사람이 예술품 수집가가 되기까지, 예술 중 미술품만이 재판매가 가능하다, 돈이 되는 미술품 구입 가이드,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작가를 선택하라, 작가의 대표작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미술품 구입은 재테크다, 꾸준히 살아왔을 뿐인데 길이 되었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취미'라는 말은 좀 모호하다. 학창 시절에 생활기록부의 취미란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이 '독서'나 '음악 감상'이라고 쓴다. 그런데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책을 수집하면 취미다. 듣기만 하는 음악 감상도 취미가 아니다. 희귀음반을 수집하고 장르를 구별해 정리하는 것은 취미라고 할 수 있다. (23쪽)

우리가 공기를 마시는 것을 취미라고 할 수 없듯이, 일상생활 속에 젖어들어 있는 것들은 취미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권유한 대로 그림을 샀더니 나중에 큰돈이 되었고, 그로부터 그림들을 사기 시작했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가짜나 졸작들을 사는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이 작품이 가짜인가?'를 배우게 되고, 연구를 거듭하면서 마침내 미술관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예술경영을 공부했으며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간 것이다.

이 책에는 한 사람이 인생의 길을 개척해나간 흔적이 보여서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 있다. 특히 성공담뿐만이 아니라 각종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다채로운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




경매 이야기도 흥미롭다. 미술품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의 실제 심정을 들어보는 듯 이야기에 경청한다. 저자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다가와 저절로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추사의 작품을 수집할 때처럼, 수집에서 경매는 필수다. 그런데 경매를 하다 보면 마음이 급해서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체로 초심자들이 저지르는 실수이지만, 경매를 오래 해왔어도 갖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냉정한 판단을 잃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천천히 걸으면서 작품을 꼼꼼히 관람하고 그 작품 없이는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확신이 들 때까지 관찰하고 난 다음, 숨 고르기를 하고 그래도 눈앞에 아른거리면 과감하게 결정하라. 나의 경우 배동신의 <자화상>은 31번의 경쟁을 통해 겨우 손에 넣은 작품이다. 경매에 임할 때 가능한 한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하지만, 거의 5부 능선을 넘었는데 계속 다른 경쟁자가 올라가면 그때는 오기와 끈기, 집착이 발동하고 만다. 결국 100만 원에서 시작해 수수료 포함 9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보통 시작가에서 이렇게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돈으로 따질 게 아니었다. 간절한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다른 부분에서 절약하고 만족감을 얻는 편이 놓치는 것보다 낫다. (42쪽)

중간중간 소장품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루아침에 구입한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조금씩 수집해나간 수집품이어서 그런지 눈에 더 쏙 들어온다. 게다가 그 소장품을 구입하게 된 이야기와 그 열정까지 풀어내니 흥미로워서 집중하며 읽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미술품 수집에 대해 새로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수집 노하우를 진솔하게 대방출해 주는 느낌이랄까.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다가와 읽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도 미술품 수집에 별 관심 없었던 독자로서도 이 책은 흥미롭게 다가와서 푹 빠져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새로운 세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물며 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있다면 오죽할까. 더욱 솔깃하며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있거나 발을 들이려고 한다면 필독서로 삼아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