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난설헌』이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그냥 리커버 에디션도 아니고, '15만 부 돌파기념' 리커버 에디션이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하게 눈길이 갔다. 표지를 보며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예전의 표지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때의 그 마음도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말이다. 다시 난설헌을 읽어보고자 결심한 데에는 커다란 결심이나 각오 같은 것이 아닌, 그냥 10년 전의 내 마음과 비교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궁금한 마음에 이 소설을 읽은 지 어언 10년이 흘렀다. 다시 한번 읽을 만한 시기에 새로운 표지로 출간되었으니 이 책에 손길이 갔다. 10년 전 그때 그 마음과 지금은 또 어떻게 다를지, 지금의 나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다가올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최문희 장편소설 『난설헌』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는 최문희. 1988년 「돌무지」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1995년 『율리시즈의 초상』으로 제4회 작가세계문학상, 『서로가 침묵할 때』로 제2회 국민일보문학상에 연이어 당선되었다.

먼저 책날개의 '허난설헌'에 대한 글을 보자.

허난설헌 (1563~1589)

스물일곱, 짧고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여인. 자신의 고독과 슬픔을 시로 달래며 섬세한 필치로 노래한 시인. 호는 난설헌, 자는 경번, 이름은 초희.

명종 18년(1563년) 강릉에서 태어나 자유로운 가풍 속에서 당대의 시인으로 손꼽힌 손곡 이달에게 시를 배웠고, 여덟 살때 지은 「백옥루 상량문」으로 천재적인 시재를 발휘했다. 그러나 열다섯에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성립과 혼인하면서 삶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과의 불화, 어린 딸과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까지, 그 모든 불행을 가슴속에 끌어안다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야 만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동생 허균이 펴낸 『난설헌집』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시에 매료된 명나라 시인 주지번이『허난설헌집』을 펴내며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18세기에는 일본에까지 그녀의 시가 전해져 널리 애송되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 이렇게 몇 문장으로 정리되는 그의 일생이 소설 속 문장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법처럼 느껴진다. 그냥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다시 숨결을 불어넣은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그것이 소설의 힘이다. 그냥 잘 모르던 사람, 잊혀지던 사람도 다시 살려내 세상에 널리 알리는 작업이 소설이다.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을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해낸 세상이다. 잘못 선택하면 아쉬움에 입맛만 다시지만 제대로 선택하면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나에게 폭풍 같은 존재감과 감동으로 몰아친다.

10년 전 이 책을 읽고 허난설헌을 알게 된 그 마음을 다시 되살려서, 지금의 내 마음속에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말이다. 다시 읽어도 좋은 소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문장력에서 일반 글과는 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허난설헌의 시 또한 아주 약간 맛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허난설헌의 삶에 중점을 두어 소설을 전개해나가다가 문득 맞닥뜨리는 시구를 음미한다. 잔잔한 마음의 호수에 돌멩이 하나 던진 듯한 느낌이다. 문득 세상이 멈추고 시와 나, 둘만 맞닥뜨린 듯하다. 아, 난설헌의 시가 좀 더 많았다면! 하는 생각은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350쪽)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천재 시인. 삶이 어쩌면 이럴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 가득했다. 여인의 삶이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후벼판다. 서리꽃처럼 맑고 고운 여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고왔는데, 여인의 삶이 참으로 척박하다. 시집살이가 정말 고달파서 막장드라마보다 훨씬 더한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여인의 삶은 '결혼'이라는 제도로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서글펐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다는 것, 서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난설헌의 시대에는 빛을 발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난설헌』은 디테일하고 성실하게 이야기의 육체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여자의 삶을 매우 꼼꼼하게 바느질한 점이 단연 돋보였는데, 이는 곧 최명희의 『혼불』을 위대하게 한 그것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난설헌』은 작가 최명희의 문학혼과 정신을 기리고 현대적으로 계승하자는 '혼불문학상' 제정의 취지와도 가장 부합하는 바로 그 작품이었던 셈이다. 우리가 『난설헌』을 흔쾌한 마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리라. (368쪽)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 점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난설헌의 스토리에 문장력을 더해 마음에 사르르 녹아들어 가는 소설이다. 여운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