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
안대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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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확 와닿았다. 무언가 몰아치듯 바쁜 순간이 있어도 조금만 견디면 휴식의 시간이 다가오리라는 희망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지금이 인생의 목요일이라면,

지치는 목요일마저 좋아진다면

매일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책 뒤표지 중에서)

하긴, 목요일이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그 목요일일 수도 있고, 크게 보면 인생의 목요일이라고 생각해도 그 또한 맞는 말이니, '목요일'에 대한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본다.

거기에 더해 프롤로그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진심만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 분명하고 싶지만 늘 어딘가 언저리에 걸쳐 있는 어정쩡한 마음. 나는 못 지키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요구하게 되는 다짐을 알아서 나는 자꾸 작아진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모두 작아진 마음으로 적은 편지들. 이렇게 애매한 채로, 이도저도 아닌 태도로, 여기저기 한 발씩 걸친 자세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 없이 살아가는 중에 언젠가 다시 작아진 내 마음 앞에 도착하길 바라며 적은 편지다. (6쪽)

오늘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마음에 공감하게 되어 이 책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를 펼쳐들었다. 어쩌면 이 안에서 내 마음을 발견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글자가 그리 많지 않은 짤막한 글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빠른 속도로 장면이 휙휙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일상 속에서 무궁무진한 글의 소재가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긴다. '맞아, 나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라든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자꾸 멈춰 서서 과거 어느 순간을 떠올리거나, 비슷한 생각을 했던 그때 내 마음을 돌이켜보곤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맞아, 우리 예전에 어디 놀러 갔다가 예쁜 카페에 가서 뭐 마셨잖아"라는 기억도 좋지만, "맞아, 우리 예전에 너네 학교 구경 갔을 때 네가 데자와 한 캔을 뽑아 주었잖아. 그 이후로 한동안 그거만 뽑아 마셨는데"처럼 구체적인 기억이 고마운 순간이 있다. 거기까지 말했을 때 커다란 보름달 아래로 보라색 바람이 불었다. 낙하할 준비를 하던 벚꽃이 힘없이 떨어져 동그라미를 그리던 봄이었다. 구체적인 기억의 기록은 시간이 지나서 조금 촌스러워지기도 하지만, 그 촌스러움만큼 진하게 마음을 긁는다. 손톱에 꾸덕하게 그 이름이 묻었다. (132쪽, 「구체적이어서 고마웠던」 전문)

이 글을 읽으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은 기억은 좀 더 구체적으로 간직하여 소중한 사람들에게 꺼내들고 싶다. '아, 좋다'말고 구체적인 상황과 그날의 날씨, 살랑 부는 바람까지 말이다. 좋은 기억이니 이왕이면 더 오래오래 음미할 수 있도록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갈 곳을 잃어버린 뒤 무작정 높은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 추운 날 설악행 버스를 잡아탔어요.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 기사님이 말하대요. "푹 주무세요. 휴게소 도착하면 깨워 드릴 테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그 말만 믿고 좌석에 누룽지처럼 붙어 세상모르게 진득한 잠을 잤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서인지 저도 누군가에게 먼 곳으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버스의 기사가 되고 싶더라고요. "내일의 출근, 미뤄 둔 현실 같은 걸 생각하면 막막하겠지만요. 그래도 지금은 푹 주무세요. 도착하면 깨워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때의 나에게는 꽤 은인 같았던 그런 사람이요. (171쪽, 「한숨 푹 자고 나면」 전문)

평범한 일상에서도, 누구에게나 있는 흔한 일에서도, 거기에 작가의 생각을 잘 입히면 그만의 독특한 글이 탄생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인식한다.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저 고맙다는 생각 말고는 더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했을 텐데, 덕분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깨닫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 보니 표지 그림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만약 이 초록 풀밭에 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온갖 화려한 것들이 있다면 감흥이 덜할 수도 있었겠다. 온갖 수식어를 빼낸 여유로 다가와서 정갈한 진심을 건네받는 느낌으로 읽어나간 책이다. 잘 보이려고 꾸미거나 화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제된 마음을 툭 건네주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비슷한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을 툭 건드리는 문장 하나 발견하고는 언젠가의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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