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걸어요 - 내 삶에서 챙겨야 할 소중한 것들을 위해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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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홍신 작가의 신작 산문집 『자박자박 걸어요』다. '김홍신'이라면 장편소설 『인간시장』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가 된 그분 아니신가. 그분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소설 말고 에세이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기도 해서 이 책이 궁금해졌다. 표지에 보면 '내 삶에서 챙겨야 할 소중한 것들을 위해 자박자박 걸어요'라고 적혀 있다. 무언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물씬 풍긴다.

먼저 제목에서 들려주는 '자박자박'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표지 그림에서 주는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바라보면 오솔길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듯하다. 직접 그 길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자연 속 풍경에서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풀밭도 바라보고 저 먼 산도 한번 바라보고, 주변을 보면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사색에 잠기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쌩하고 지나쳐버린 소중한 무엇을 놓치지 않고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자박자박'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사전을 찾아보았다. '자박자박'은 얕은 물이나 진창을 밟는 소리 나 모양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인생살이 살아내면서 인생의 주인공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표현하는 데에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자박자박 걸어요』를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김홍신.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인간시장』 『칼날 위의 전쟁』 『바람 바람 바람』 『내륙풍』 『난장판』 『풍객』 『대곡』 등으로 대한민국에 소설 폭풍을 일으키며 한국소설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을 수상했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전10권)를 발표해 통일문화대상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사랑』으로 한국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발표하며 상처를 끌어안는 사랑의 향기를 전했다. 지금껏 130여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신념 있는 삶을 살아가는 기쁨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책날개 발췌)

사람 사는 세상의 따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수필문학의 디딤돌이란 평가를 받는 잡지 《월간 에세이》에 연재를 해왔는데, 100회를 연재했으니 그 시간이 8년 4개월이요, 200자 원고지 1,000장에 글자 수로는 20만 자를 썼습니다. 그중에 의미 있는 글을 골라 이 책에 담았습니다. 다른 문예지에 실었던 글 몇 편도 담고, 불안한 시대를 함게 잘 건너가보자는 용기를 드리고 싶어 새로 글을 적어 넣기도 했습니다. (6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여유와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2장 '나다움과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3장 '따로 또 같이 삽시다', 4장 '사랑과 용서가 어렵습니까', 5장 '피하지 말고 통과하기', 6장 '오늘은 어떻게 행복할까'로 나뉜다. 짜깁기 인생, 생계형 낭만주의자, 때로는 한눈팔며 살아보세요, 내가 박은 마음의 가시, 행복해지는 최상의 방법, 나를 살게 하는 존재들, 보물에 얽힌 비밀과 약속,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 관상이 말해주는 것들, 부대낌의 미학, 글 쓰는 자의 숙명,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소중한 것은 공짜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자박자박 한눈 팔며 살아보세요."

가슴이 철렁했다. 앞만 보고 힘차게 걸으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한눈팔며 살아보라는 말은 생경하기만 했다. 나는 비교적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이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했기에 으레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다. 바른 척, 청렴한 척, 겸손한 척, 검소한 척을 하며 살았고 잠시라도 한눈팔면 단박에 명예가 실추되는 것으로 알았다.

(26쪽)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떤 느낌이라고 할까. '아차!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구나!' 생각하며 뜨끔하기도 하고, '앗, 이런 말은 나에게 도움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에 담아보기도 한다. 문득문득 나를 일깨워주는 생각이 담긴 책이다.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의 말을 들으며 나도 어렴풋이 그런 듯도 한 것들을 문득 깨닫는 시간이다.

숨만 쉬어도 나이 먹는 걸 느끼는 나이가 되면 세상만사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인생을 직선으로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인생은 곡선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도 나이 먹은 덕임을 알게 된다. (57쪽)




 

어려운 시대를 지나오면서 느낀 것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라는 것이다. 누군가 삶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글을 읽으며 건네받는 느낌이다. 특히 이 말을 마음에 담아놓고 싶다.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귀한 보물로 알려진 팔만대장경 5,200만 자를 딱 한 글자로 응축하면 마음 '심(心)'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마음밭이 있는데, 그 밭에 향기 나는 꽃을 키우다가도 때로는 가시덤불을 키우고 꽃과 가시덤불을 섞어 키우기도 한다. 남의 탓을 하고 핑곗거리를 애써 찾는 것은 가시덤불을 키우는 것이고, 내 탓이고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밭에 꽃을 피우는 것이리라. (179쪽)

세상살이 다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김홍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또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풍성한 글 속에서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건져내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다 공짜랍니다."

우리가 태어난 것부터가 공짜였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도 모두 공짜였다. 생존에 꼭 필요한 공기며 햇빛이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과 드넓은 바다와 제아무리 높은 산도 공짜다. 한없이 고마워해야 하는데 모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공짜로 누린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며 공짜로 주어지는 이 모든 것을 누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건강을 잃으면 공짜로 주어진 것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248쪽)

이 책을 읽으며 이미 나에게 있는 내 인생의 해답을 찾기 위해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문득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내 삶에서 챙겨야 할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도록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니까! 표지의 오솔길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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