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신경숙.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겨울 우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설집 『겨울 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오래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모르는 여인들』,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짧은 소설집 『J이야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을 펴냈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을 비롯해 41개국에 번역 출판된 것을 시작으로 다수의 작품들이 영미권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에 출판되었다. (책날개 발췌)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고. (책 속에서)
소설가가 자신의 경험과 동떨어져서 작품을 창작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가 자라온 공간과 시간은 작품 속에 녹아들어 든든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자신이 살던 동네가 신경숙 소설가의 작품에 그대로 나와서 눈에 선하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J시가 바로 그곳, 하지만 소설 속 배경으로 창조된 그 공간이리라. 문득 그 생각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나서자 J시의 오래된 집에는 아버지 홀로 남게 되었다. (10쪽)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두 번째 문단의 그 느낌이다.
엄마와 함께 집을 떠나올 때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울었다는 말을 여동생에게서 듣지 않았다면 엄마가 없는 동안 내가 J시에 가 있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년이 넘도록 나는 J시에 가지 않고 있었다. 그사이에 엄마와 아버지는 점점 더 늙어갔다. (10쪽)
왜 오년이 넘도록 J시에 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렇게 금세 이들의 사연에 익숙한 듯 읽어나간다. 다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딱히 다를 것도 없는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