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방지 대화 사전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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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사전을 진즉 가졌더라면 밤마다 내가 내뱉은 말로 이불킥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오호~! 여기에서 솔깃한다. 인간관계는 이래서 어렵다. 너무 아무 말 안 하고 듣기만 하고 있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분명 실수가 있다. 그 실수를 바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이불킥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훨씬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문득 깨닫는다. '그때 그 말은 하지 말 걸.' 하고 말이다.

이거 괜찮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저 사람 상처 주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며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툭 내뱉는데 상대방은 상처를 받는다. '내가 예민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말에 기분이 상했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가는 상대방과 관계가 틀어질까 봐 꾹 참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관계는 힘들다.

잘못된 말버릇으로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책을 들춰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솜씨도 대화법도 배우고 익히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니 말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으니 책의 도움을 받고자 이 책 『후회 방지 대화 사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왕고래. 카카오 브런치 21,000 독자가 선택한 작가다. 소심한 기질 덕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했다. 깊은 바다를 긴 시간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는 포유류, 고래가 되길 소망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프롤로그를 펼쳐들며 벌써 고개를 끄덕이며 푹 빠져든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널 위해 하는 말이야.", "그러게 내가 뭐랬어?", "난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 "네가? 에이 설마.", "딱 보면 알지. 다 거기서 거기야." 등등 살면서 이런 말들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린다. 묘하게 기분 나쁘지만 그냥 들어 넘겼다. 좋은 뜻으로 한 건데 내가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아니다. 그건 그냥 '미운 말'이었다. 미운 말에 대한 글을 보고 정말 속 시원한 무언가를 느꼈다. 나만 불편한 건 아니었구나.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나쁜 말과 미운 말은 다르다.

"네 부모가 널 이딴 식으로 키웠어?"라는 말은 나쁘다. 이미 그 의도나 방향이 드러나 있어서 별 오해가 없다. 말하는 사람도 자신이 독소 가득한 뭔가를 던졌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고 듣는 사람 역시 예외 없이 빡이 세차게 돌 것이다.

나쁜 말은 화살과 같다. 던지는 순간 보기 좋게 명치 어딘가에 꽂히므로 관계를 작살낼 생각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조심할 수 있다. 실수로 뱉었더라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차라리 뽑는 시도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내용도 미운 말로 둔갑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야?"

미운 말은 바늘이다. 화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폐부 깊숙한 곳에 들어가 박힌다. 한번 혈류를 타고 들어가버린 그것을 찾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저곳에 불쾌한 흔적을 남기며 그간 쌓아둔 수백 번의 좋은 말들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운 말은 그것을 뱉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조차 속내를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좋은 의도를 가진 것처럼 들려서다. 듣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네 거지 같은 인생을 보고 있으면 딱히 내가 최악은 아닌 것 같아서 안심이 돼."처럼 분명하게 얘기해주면 좋으련만(그러면 들이박고 싸우기라도 하지) 인생 지저분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널 보고 있으면 그래도 힘이 나.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라며 토사물을 정성껏 나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속이 뒤틀리기 시작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이런 말을 뱉고 뿌듯한 표정까지 짓고 있다. 찝찝함은 온전히 내 몫. 환장할 노릇이다.

(5~6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도 모르게 폴폴 풍기는 '후각 편'', 2장 '듣다 보면 싸늘해지는 '청각 편'', 3장 '입맛 뚝 떨구며 주먹을 부르는 '미각 편'', 4장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각 편'', 5장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촉각 편''으로 나뉜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좋을 때다, 저는 별거 아니에요,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널 위해 하는 말,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내가 너 정도 됐으면, 네 잘못도 있어, 그러든가, 나는 더 그래, 그건 아니지, 내가 뭐랬어?,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거야, 남이면 이런 말도 안 하지, 내가 남보다 못해?, 근거 있어?, 물어보지도 못해?, 미안하다고 했잖아,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야, 그러는 너는, 이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후련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무언가 불편했지만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고, 꾹 참고 들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나 그냥 참기만 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그거 '미운 말'이라고 이 책에서 짚어주니 '맞아,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간다. '예민하게 왜 그래?'가 아니라 '그거 당연한 거야.'라고만 해줘도 내 마음은 벌써 치유받는 느낌이다.






 


저자는 이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언급한다. 목차에서 먼저 눈이 가는 표현을 골라 읽어도 좋고, 이해하기 난해한 내용들은 과감히 넘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도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가까운 관계에서 뱉게 되는 독하고 미운 말들이 주를 이루니 순서대로 읽으면 좀 더 극적인 감정의 고양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참으면 될 걸 괜히 문제 삼았다가 서로 기분만 상할지도 몰라. 좋은 의미로 한 이야기일 건데.'라고 생각해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발언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았을지, 그것까지 파악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저자가 소심한 기질 덕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며 이 책에 담아놓은 것들이 나에게는 무척 유용했다. 기대 이상의 책이어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잘못된 말버릇을 조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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