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은 연필들이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신음하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교로 달려가는 담이의 책가방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연필들은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난리가 난 것이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일기 좀 안 쓰고 살 수 없을까?"
"맞아, 맨날 똑같은데 뭘 쓰라는 거야."
"맞아, 안 써지면 담이가 우릴 막 잘근잘근 씹고!"
"동시도 너무 어려워. 뭘 자꾸 빗대어 쓰라는 건지 모르겠어."
"수학도. 받아 올림 있는 곱셈 너무 어려워"
"우리말만 잘하면 되지, 영어는 왜 배워?"
"그림이라도 쉽든가." (12쪽)
연필들의 대화를 듣다보니 학교다닐 적에 보던 투덜이들이 떠오른다. 이래도 툴툴 저래도 툴툴, 뭐 재미있는 일은 없는 건지 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그 친구들 말고, 연필들도 그렇게 힘들었다고 생각하니 이들이 딱해보인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러던 어느 날'처럼 무언가 변화를 주는 사건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딸깍' 소리로 모든 연필들의 시선이 주목된다. 그렇게 딸기 연필은 필통 밖으로 나갔다가 그 다음날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담이가 친구에게 빌려주어 그 친구의 집까지 다녀온 것이다. 딸기연필은 담이의 친구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모험담처럼 신나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이가 갑자기 '서우에게'라는 글자를 여러 차례 쓰고 있었다. 연필들은 수군대고 난리가 났다. "우리도 이렇게 글씨를 잘 쓸 수 있었던 거야?"라며 신기해했다. 서우에게 별 이야기가 담기지는 않은 편지를 썼는데 무지개 연필이 막 설렜던 이야기도 해준다.
이 책의 묘미는 연필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림도 플러스 알파 효과를 누린다. "뭔데 뭔데?"하며 호기심 어린 친구들이 모여서 수다떠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