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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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미원 수필집 『불안한 행복』이다. 제목을 보며, '행복이면 행복이지 불안한 행복은 뭐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도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라는 그 의미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이 '수필집'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수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은 보다 깊은 사색에서 끌어올린 정수를 맛볼 수 있도록 해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글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이 책 『불안한 행복』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미원. 1959년 12월 엄마가 김장 배추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평생 야인으로 사신 이상주의자 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엄마 사이에서 때론 흔들리고 균형감각을 체득했다. 2005년 수필가로 등단해 수필집 『즐거운 고통』 ,『달콤한 슬픔』을 냈다. (책날개 발췌)

인생의 기미에 대해 쓰고 싶었다. 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인생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처럼 단조롭고,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그 은유를 이해하기에 견딜 수 있다. 이 견디는 힘 중에 읽기와 쓰기가 있다. 읽으면서 만난 훌륭한 문장, 쓰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비밀로 나는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6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운다고 사랑이', 2장 '불안한 행복', 3장 '한번, 단한번, 단 한 사람', 4장 '생의 한가운데'로 나뉜다. 제비뽑기, 정략결혼의 대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메멘토 모리, 운다고 사랑이, 목소리를 잃고 나는 쓰네, 기억의 재구성, 숨탄것, 갑작스런 이별, 불안한 행복, 견딜 수 없네, 나의 산딸기 오믈렛, 당돌한 수필, 깃털처럼 가벼운, 파이 나누기, 본질을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의 비극, 가벼우면서도 비장한, 달도 차면 기울고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시간이 흐르면 인생이란 피부에는 주름과 기미가 생긴다. 그 주름과 기미에 그늘지거나 얼룩진 순간들을 작가는 한 획의 낭비 없이 차분하게 기록했다. 인생을 주사위로 비유했던 니체처럼, 김미원 선생은 인생을 제비뽑기로 비유한다. 수많은 인물과 작품을 호출하는 지혜로운 성찰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따스하다. 절제의 진면목을 보이는 에세이들 중 몇 편은 단아한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이 든다.

_김응교(시인, 숙명여대 교수)

맨 앞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의 경험을 통해 인생을 제비뽑기로 보고, 제비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고 고백한다. '그 후 살면서 아무리 원해도 내 것이 아닌 것은 영원히 오지 않고, 원하지 않은 것은 내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따라온다는 삶의 진리를 알게 되었다. (16쪽)'라는 고백이 문득 내 마음을 치고 들어온다. 나는 인생을 무엇으로 보았던지, 내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더듬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생동력이 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 '불안한 행복'이 어떤 의미인지 알 듯도 하다고 어렴풋한 느낌을 이야기했는데, 책을 펼쳐들면 그 어렴풋한 느낌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성함으로 표현하기는 송구하지만 지금 딱 그게 떠오르니 언급하고 싶다. 그 느낌이다. 조금만 넣어도 감칠맛 나는, 그런 느낌이다. 글에 맛이 풍부하다.

혹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된다면 가장 맨 앞의 작품 「제비뽑기」만 가볍게 한 번 읽어보시길. 궁금하면서도 망설이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그다음 이야기도 집중해서 읽게 될 것이다. 수필이란 그런 것일까. 읽어나가며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내 생각을 짚어보며 함께 글을 채워나가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렇게 된다. 아니, 읽어나가다 보면 내가 왜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지 의문이 들면서, 읽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담겨 있는 글들에 훅 빨려 들어가는 시간을 보낸다. 글이 나에게 인생을 보여준다. 강약 조절을 하며 나를 휘감다가 휙 놓아준다. 참 잘 읽었다는 여운까지 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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