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채우는 사랑 연시리즈 에세이 3
윤소희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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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곰곰 생각에 잠긴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이라! 어떤 의미일지 떠올려본다. 책표지에 보면, "여백을 남기고, 또 그 여백을 채우는 사랑"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 저자가 들려주는 사랑은 무엇일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무언가 감성적으로 다가오니 봄날 밤에 읽기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윤소희 에세이다. 책의 두께로 보면 보통 시집 정도 크기이다. 이 안에 어떤 글을 담아놓았는지 궁금해하며 이 책 『여백을 채우는 사랑』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윤소희. 전 KBS 아나운서이며, 저서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가 있다.

여기저기 여백에 숨겨 놓은 문장들이 어느 날 문득 책으로 묶였다

여백을 남기고, 또 그 여백을 채우는 사랑

그 사랑을 내게 준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 (9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아침놀 '여백에 숨겨 놓은'을 시작으로, 1부 '말과 침묵 사이', 2부 '여백을 채우는 사랑', 3부 '사랑이라는 낡은 말', 4부 '잘 닦인 창'으로 이어지며, 저녁놀 '숨지 않는 하늘처럼'으로 마무리된다. 목소리, 살아있는 은빛, 뒷모습, 말과 침묵 사이, 어떤 말은 눈처럼, 편지, 헌책을 읽는 법, 국숫집, 곁을 지켜주는 사람, 마음의 문단속, 비밀 이야기, 울음소리, 섬과 섬 사이, 여백을 채우는 사랑, 딱 그만큼의 중력, 수국, 꿈 일기, 문장, 매미 얼굴, 서랍 깊은 곳의, 포도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목소리에 대한 글로 시작한다. '강물처럼 흘러드는 낮고 깊은 목소리. 그런 목소리가 흘러 들어와 마음 깊은 곳을 울리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떨리곤 한다'라고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전 KBS 아나운서라는 것이 떠오른다. 남들보다 소리에 더 예민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니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 누군가를 공감하고 그와 소통하는 것은 들음에서 시작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 테다.

어떤 침묵은 목소리로 시작해 내면으로 깊이 침투해 영혼을 울린다. 어쩌다 나와 공명하는 소리를 만나면 그 울림이 크고 아름답게 증폭되기도 한다. 그 작은 울림의 순간에도 공감할 수 있는 건,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리와 함께 삶을 시작해 몸을 악기 삼아 자신만의 소리를 내며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20쪽)

그런 것도 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은 시의 감성을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담아놓았다고 하면 될까. 보통 시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담겨 있는데, 이 책은 짧은 글에 감성을 녹여내어 펼쳐 보여준다. 깊은 밤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이런 이야기에서 함께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말이다.

편지는 누군가에게 떼어 주는 마음 조각, 쓴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제 삶을 살아간다. 언젠가는 일흔 즈음의 할머니가 적어 놓은 연애편지를 본 적이 있다. 손주에게 낙서할 폐지를 건네주다 실수로 내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부치지 못했을 편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 적은 글씨들은 나비처럼 '포르르포르르' 날아오르는 듯했다. 연인이 이별을 통보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원망하지 않고 빛났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기쁘게 연인을 보내주겠다고 썼다. 괜히 콧날이 시큰해져 편지를 슬그머니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38쪽)

그러고 보니 흔한 말, 뻔한 말, 그냥 그런 말이 싫어서 고민하다가도 결국 "사랑해","안녕" 같은 표현 말고는 다른 것을 찾기 힘든 것이 우리네 삶인가 보다. 하지만 그런 단어가 말로 나오기까지 온갖 고민과 생략과 머뭇거림의 과정이 여백을 채워내는 사랑일 것이다. 그런저런 생각을 조곤조곤 풀어내면서도 적당한 분량이 정갈하게 다가오는 에세이다. 여백에 내 사색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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