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백세희.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제40기로 수료했다. 강남의 대형로펌에 입사해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이어오다 퇴사를 감행하고 지금은 직접 지은 시골집에 살고 있다. 네이버 공연전시판에 <백세희 변호사의 아트로> 칼럼을 연재 중이다. (책날개 발췌)
우리 사회에 법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흔히 '법'이라고 하면 범죄와 처벌을 떠올리지만 생각 외로 많은 일상이 법에 닿아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종종 맞닥뜨리게 되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막상 궁금증을 해결해 보려다가도 법조문이니, 판례니, 뭐 이런 진입장벽 때문에 그냥 호기심 수준에서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쯤에서 친절하고 시간 많은 백세희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하고 시시콜콜한 법적 궁금증을 다룬다. (8쪽)
이 책은 총 4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원래 이런 얘기였던가요?', 챕터 2 '그래서 결론이 뭐였더라', 챕터 3 '미술관에서 실수로 작품을 깨뜨렸어요!', 챕터 4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로 나뉜다. 헐크가 일으킨 문제는 배너 박사가 책임져야 합니까, 인종차별 혐의를 받는 문화예술 콘텐츠 무엇이 문제일까, 동화 『구름빵』을 둘러싼 파란만장한 이야기, 우리 아이가 실수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깨뜨렸어요,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표절인지… 도대체 뭡니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으며 알고 싶었던 것은 전래동화에 대한 해석이었다.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대로 괜찮은가', '사기, 인신매매, 자살방조…『심청전』 이런 얘기였던가', '인어공주의 계약, 제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제일 궁금했다. 먼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보니 엄청난 범죄의 현장이다. 나무꾼은 당연히 범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사슴까지 나무꾼의 형법상 범죄에 대한 교사범의 책임을 지울 수가 있다니! 그리고 그냥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선녀'도 훗날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간 것이 범죄인 것이다.
실제로 어떤 베트남 국적 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의사에 반하여 생후 약 13개월 된 아들을 주거지에서 데리고 나와 베트남으로 함께 출국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선녀의 경우는 어떨까? 나는 개인적으로 유죄라고 생각한다. 명시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지만 날개옷이라는 기상천외한 도구를 이용했고 게다가 떠나간 곳은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외국 정도가 아니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옥황상제가 산다는 천상계 어딘가이다. 이렇게 영구히 유아를 데리고 간 경우 그 불법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 베트남 여성 사건의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지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선녀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선녀의 죄에 대해서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39~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