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구와바라 다케오. (1904~1988). 1928년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였으며, 프랑스 문학, 문화 연구자이자 논평가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문학은 인생에 왜 필요할까', 2장 '뛰어난 문학이란 어떤 것일까', 3장 '대중문학에 대해', 4장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5장 '『안나 카레리나』 독서회'로 나뉜다. 각 장의 끝에는 요약이 수록되어 있다. 부록으로 세계 근대소설 50선이 소개된다.
문학은 과연 인생에 필요한 존재일까. 이 질문은 지금의 내게 어쩐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이틀 전부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걸작을 아마도 네 번째 읽고 있는 것 같다. (8쪽)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예전에는 '걸작' 읽는 느낌도 잘 몰랐고 오히려 '이게 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 글을 보며 저자의 심정이 확 와닿는다. 약간은 들뜨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그런 느낌말이다. 저자에게는 『안나 카레니나』가 다시 읽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기쁨을 주는 책이라는 것이다.
레빈은 키티와 결혼하고 안나는 철도역에서 자살한다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지만, 하나하나의 묘사를 섬세히 따라가 보는 것이 즐겁기 그지없다. 때문에, 일단 읽기 시작한 『안나 카레니나』를 독파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에 빠진다. 지금 쓰는 이 원고조차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진정 문학은 인생에 필요할까. 이런 물음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이토록 흥미로운 작품이 인생에 필요치 않다면, 그런 인생이란 도대체 어떤 인생을 말할까! 이 걸작을 읽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필시 이 발언에 동의하고 싶어질 것이다. 게다가 문학작품 중 걸작은 비단 『안나 카레니나』만이 아니다. (9쪽)
이 정도 되면 그 느낌이 확 와닿을 것이다. 그 어떤 걸작과 자신이 맞아떨어져서 오로지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 문학은 인생에 필요할까' 같은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행복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때에나 떠올리게 되고, 진정으로 행복할 때에는 그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현재의 행복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느낌말이다. 그런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낀다.
어쨌든 저자는 현재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느끼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문학에 대해 하나씩 짚어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주 근원적인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말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각자가 독자성을 발휘해 도서를 선택하기 때문에 공통적 기반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며 '독서 기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세계 근대소설 50선이라는 문학필독서 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이 요즘 나온 것이 아니고, 1950년에 발행되었다는 것을 볼 때, 획기적인 가이드가 되었을 거라 짐작된다. 지금껏 87쇄까지 발행되며 많이 읽힌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세계 근대소설 50선이 수록되어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미국, 중국 등 나라별로 문학 작품을 선별하여 번호를 매겨 50편을 소개하고 있다. 루소의 『고백』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소설이 아니지만, 산문 예술로서의 고도의 가치와 영향력을 참고하여 특별히 포함했다고 한다. 문학 작품에 대한 고찰과 함께 뛰어난 문학 작품을 만나보는 계기가 될 것이니,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세계가 넓어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