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테크 - 자전거부터 인공지능까지 우리 삶을 바꾼 기술 EBS CLASS ⓔ
홍성욱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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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물건들을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걸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자전거부터 인공지능까지 우리 삶을 바꾼 기술을 소개해 준다. 이 책의 표지와 대략의 내용을 알고 읽기 시작해도 느낌은 기대 이상이다. 지금은 당연한 듯 우리 곁에 있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의 출현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어, 이런 게 있었어?'라면서 새로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니, 이 책 『모던 테크』를 읽으며 새로운 눈을 뜨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홍성욱.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다. 현재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과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모두 열여섯 가지의 기술이 등장한다. 이중 자전거, 카메라, 타자기, 전화, 전기, 인터넷, 자동차, 컴퓨터, 아이폰 같은 기술들은 내가 어렸을 때, 혹은 성인일 때 내 호기심을 자극한 기술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세상이 변하는 것을 경험했고, 이런 경험을 이 책에 녹여내려고 했다. 총, 증기기관, 자동인형, 인쇄술, 전신, 비행기, 인공지능 같은 기술들은 우리가 사는 21세기 세상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기술이라고 생각해 골라본 것들이다. (8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어떤 기술을 손에 쥘 것인가', 2부 '필요와 발명의 수레바퀴', 3부 '새로움의 조건', 4부 '인간과 기술의 동고동락'로 나뉜다. 자전거, 총, 증기기관, 자동인형, 인쇄술, 카메라, 타자기, 전신, 전화, 전기, 비행기, 인터넷, 자동차, 컴퓨터, 아이폰, 인공지능 등 16가지의 기술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을 펴내며'에 살면서 세 번의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고백으로 글을 시작한다. 첫 번째가 중학생 때 전자시계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때 시간이 초 단위로 가는 것을 처음 보았다는 것이다. 가끔 친구들과 분침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기 위해 눈을 깜박이지 않은 채로 뚫어지게 분침을 보곤 했다는 것이다. 중학생들이 시계 분침을 뚫어지게 보는 장면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그러던 아이가 커서 과학기술학자가 되었다니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먼저 이 책에서는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미국의 기술 잡지 《와이어드》에 "기후변화 위기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분석한 글이 실린 적이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첫 번째로 꼽은 기술이 자전거였다. 자동차는 어쩌면 없어질지도 모르는 기술이지만 자전거는 미래 사회에도 계속 살아남아서 우리의 탈것으로 그 역할을 지속해나가리라는 전망이었다. (27쪽)

일제강점기의 자전거 가격은 거의 지금의 경차 가격 정도였고 당시에는 첨단 기술의 교통수단이었다고 하는 것이나 1818년에 독일의 귀족이었던 카를 폰 드라이스라는 사람이 선보인 드라이지네가 세계 최초의 자전거라는 점, 자전거에서 뻗어나간 여성의 권리 등 자전거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자전거가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이렇게 인간과 기술은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내는 상호 관계 속에서 새롭게 거듭난다. 어떤 기술을 손에 쥐고 또 그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느냐에 따라 기술의 미래는 물론 우리의 미래 또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42쪽)



인터넷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발명은 '순간'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누가 인터넷을 만들었는가? 또는 누가 인터넷의 '아버지'인가? 랜드 연구소의 폴 배런? 아르파의 릭라이더? 역시 아르파의 로런스 로버츠? 1973년에 TCP/IP를 만든 빈턴 서프와 로버트 칸? 1989년에 HTTP라는 프로토콜과 HTML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만든 팀 버너스리? 어떤 사람들은 빈턴 서프와 로버트 칸을 인터넷의 두 아버지라 꼽고, 다른 이들은 여기에 처음으로 컴퓨터 네트워킹을 실현시켰던 로런스 로버츠를 더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리를 인터넷의 진정한 아버지라고 평가한다. 지금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HTTP 프로토콜로 연결되는 웹사이트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질문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인터넷이라는 기술 시스템은 한 시점에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배런의 아이디어, 릭라이더의 이상, 테일러와 로버츠의 조직력과 추진력, BBN의 칸과 동료들이 만든 IMP, NWG의 첫 NCP 프로토콜, 칸과 서프의 TCP/IP, 버너스리의 웹 등 수많은 상이한 이론적, 기술적 요소들이 서서히 종합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사의 많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경우에도 발명은 '순간'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231쪽)

어떤 기술을 누구 한 명이 발명하는 것보다는, 그러니까 '아버지', '어머니' 찾는 것보다는 이렇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니 무언가 뿌듯하고 고맙다.



기술이 인간과 맺는 접점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기술과 인간의 관계는 더 복잡해진다. 지금의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기계의 인구가 많은 '기술 사회'다. 일부 기술은 인프라가 되어 우리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 속에서 기계를 사용하면서, 기술 인프라와 연결된 채로 살아가는 사이보그다. 심장제세동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600만 불의 사나이'의 눈이나 손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나는, 여러분은 이미 사이보그다. 스마트폰은 내 심장의 일부를 가지고 있으며, 내 몸은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다. 이제 내가 타인과 맺는 관계는 '인간관계'아 아니라 '사이보그 관계'다. (314쪽)

그냥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인 기술들을 하나씩 짚어보면 어마어마한 혁명이었고 우리를 변화시킨 매개체였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다. 특히 인간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인간을 만든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며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기술과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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