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세상 가짜뉴스 - 뉴스는 원래 가짜다
유성식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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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뉴스는 원래 가짜다'라고 말이다. 다음 이어지는 말 정도면 더욱 시선이 갈 것이다.

뉴스 바로 보기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최근 부상한 과제가 아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미디어가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에 끼어든 그 순간부터 생겨났다. 20세기 신문 구독의 대중화와 TV의 중심 미디어 등극과 함께라고 봐야 한다. 실제와 뉴스는 항상 차이가 있었고, 우리가 무심코 속고 지낸 게 이미 100년이 넘었다. 요즘 들어 왜곡의 양상이 확대, 심화하고 있을 뿐이다. 뉴스는 처음부터 진짜가 아니었다.

(34쪽)

여기서 말하는 '가짜뉴스'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온전한 진짜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짜인 것을 알고 거르는 것도 많지만, 그렇지 않고 진짜 세상인 양 받아들인 뉴스도 많았으니,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가짜세상 가짜뉴스』를 읽으며 뉴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유성식. 20년간 한국일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정치부장을 지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9년째 미디어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주된 관심 분야는 저널리즘과 수용자 심리분석이다.

이 책은 '픽션으로서의 뉴스'가 생산되는 구조와 메커니즘을 미디어와 송신자(권력기관), 수신자(대중)로 나누어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데 목적이 있다. 필자는 뉴스가 왜 자꾸 픽션이 되는지의 이유를 독자들이 분석적으로, 정확히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학자 및 전문가들의 관련 이론과 베스트셀러를 가급적 많이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검증된 이론과 사례로 논지를 뒷받침해야 설득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진짜 '가짜뉴스'에 대한 필자의 연구내용 일부를 덧붙였다. 어지러운 뉴스시장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끝부분에 제시했다. (20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뉴스는 거짓말', 2부 '미디어가 '만드는' 뉴스', 3부 '뉴스의 빅브라더', 4부 '혼돈의 대중', 5부 '가짜뉴스'로 나뉜다. 가짜사건, 뉴스의 타락, 우리는 항상 속았다, 문제는 편집이다, 보도관행 뜯어보기, 현란한 홍보수법, '미디어 효과'라는 허상, 그들도 가해자, 대중은 똑똑하지 않다, 사라지는 진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뭐가 가짜뉴스인가?, 시장 혼란의 종합판, 기성 언론과 가짜뉴스, 현장 언론인들의 생각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맨 앞에 나오는 '들어가며'가 인상적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헤이든 화이트의 역사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한다. 그는 '사실로서의 역사'를 부정했다는 것이다. 저서 『메타히스토리』에서 "역사는 이야기이고, 모든 이야기는 픽션"이라고 선언했다는데, 객관적 역사에 대해서까지 강렬한 타격을 가한 학자에 대해 이야기하니 나름 충격적이면서도 거기에 수긍하게 된다.

그는 "역사가는 사실 외에 전하려는 메시지와 이데올로기가 있으며 잘 짜인 서사로 독자를 그쪽으로 이끌어간다"며 "역사는 사료 위에 서기는 하지만, 발견된 만큼이나 창조되며 그런 점에서 역사서술은 입증된 사실이나 사건보다 더 나아간다"고 했다. 또 사료 역시 역사가의 메타적 기획과 상상력으로 선택되고 가공된다는 점에서 '제한적 사실(史實)'이라고 규정했다. (13쪽)

'하긴, 역사나 언론이나 블로그의 글들이나, 그 모든 것이 그렇긴 하다'라고 결론짓기에는 이르다. 화이트의 논점은 그게 아니라, '역사는 과학과 경험주의에 집착하지 말고 상상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즉 '역사=이야기'라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객관을 내려놓으라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에 휘청거린다. 신선한 충격 같은 그런 느낌이다.



지금껏 '가짜뉴스'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내가 아는 것은 진짜이고, 이건 몇몇 사람들이 허위로 만들어서 퍼트리는 거짓이다.'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명백히 가짜뉴스(fake news)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가짜뉴스'라는 개념 자체가 확대된다. 어차피 뉴스라는 매체는 물론, 내가 접하는 세상 모든 것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중이 뉴스를 통해 본 것은 모두 '가짜사건'이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 미디어가 사건을 가공하기 때문이다. 가짜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뉴스란 없다. 대중은 이것을 진짜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뉴스도 결국 사람(기자)이 만드는 가짜 사건들의 합(合)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도 진짜세상이 아니라 뉴스일 뿐이다. (41쪽)

나에게 이 책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느낌이라고 할까.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처럼 내가 보아온 것이 그림자뿐이던 것인가 하여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가짜뉴스에 대해 좁은 의미부터 폭넓은 세상까지 펼쳐 보여주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다른 책 소개도 흥미로워 마음에 담아본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고 공유해야 할 것은 우리가 가짜세상, 가짜뉴스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덜 속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보이는 걸 의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해보는 습관이 그 첫걸음이다. (20쪽)

세상은 험난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점점 더 별의별 사건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자극적이지 않고 사소한 것은 뉴스가 되지도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니 말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만 그게 정신만 차린다고 저절로 덜 속는 능력이 내게 생기는 것은 아닐 테다. 언론 현장에서 오랜 기간 경험해온 부분까지 글에 잘 녹아들어 있어서 생생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요즘 들어 읽어본 언론에 대한 글 중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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